우리나라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은 사람은 1103만명이다. 2차 접종까지 마친 4106만명의 4분의 1 이상이 AZ 백신을 맞은 것이다. 그런데 이 AZ 백신이 ‘물백신’ 아니냐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고령층의 경우 75세 이상은 화이자를, 60~74세는 AZ백신을 집중적으로 맞았다. 그런데 60세 이상에서 2차 접종까지 완료했는데 코로나에 걸리는 돌파감염이 늘면서 물백신 논란이 커진 것이다. 최근 국내에 상륙한 오미크론 변이가 전파력은 물론 백신 회피 능력까지 뛰어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AZ 백신을 맞고 아직 추가 접종(부스터샷)은 받지 못한 사람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백신을 평가할 때 ▲항체가 ▲T세포 면역 ▲접종 후 실제 효과(real-world effectiveness) 등 세 가지를 주로 본다. 항체가는 감염 예방 효과, T세포 면역은 위중증 예방 효과와 관련이 있고, 이 둘이 작용한 결과가 ‘접종 후 실제 효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AZ 항체가 석 달 만에 절반 이하로
지난달 17일 질병관리청은 백신별 중화항체 형성과 지속 수치를 공개했다. 중화항체는 바이러스 감염을 중화해 예방 효과를 유도하는 항체를 말하는데, 백신별로 항체가에 큰 차이를 보였다. 접종 완료 후 최대 항체가가 AZ 백신은 392, 화이자는 2119였다. 이 수치가 AZ 백신은 3개월 후 146으로, 화이자는 5개월 후 233으로 떨어졌다. 최근엔 99%가 델타 변이였다. 델타 변이에 대한 항체가의 경우 AZ는 최대치가 207, 화이자는 338이었다. 그런데 AZ는 2차 접종 후 석 달 만에 98로, 화이자는 다섯 달 만에 168로 떨어졌다. 수치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절반 이하로 떨어진 시점도 달랐다. 질병관리청은 이 자료를 추가 접종(부스터샷)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공개했지만 AZ 백신이 물백신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는 계기가 됐다.
그러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중화항체가가 어느 수치 이상이어야 예방 효과가 있는지 등 최저 기준치가 아직 밝혀진 바가 없다”고 했다. 최저치를 알 수 없으니 AZ 백신 항체가가 3개월 만에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해서 효과가 있다 없다 판단할 수 없다는 얘기였다. 정 청장은 또 “백신이 (감염 자체를 막는) 항체 면역뿐만 아니라 (위중증을 줄이는) 세포 면역을 유발하는데, AZ 백신이 세포 면역을 더 잘 유발한다는 연구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AZ 백신은 T세포 면역 자극이 우수해 중증 예방 효과는 화이자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중증 예방 효과를 측정한 논문을 찾아보았다. 지난달 말 영국보건안전청(UKHSA)이 내놓은 백신 종류별 실제 중증(입원) 예방 효과를 보면 화이자 백신은 2~9주 최대 97.9%에서 20주 후 92.7%로 떨어졌지만, AZ 백신은 같은 기간 95.2%에서 77.0%로 떨어졌다. 중증 예방 효과에서도 시간이 지나면 적지 않은 차이가 난 것이다.
고령층은 10주 만에 감염 예방 효과 50% 이하로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 후 실제 효과라고 말했다. 우리 방역 당국은 이 자료를 아직 공개한 적이 없다. 안 만들었는지 안 내는지는 알 수 없다. 백신 종류별 돌파감염자 비율이 접종자 10만명당 얀센은 350명, 아스트라제네카 171명, 화이자 64명, 모더나 8명, 교차접종의 경우 117명이라는 정도만 공개하고 있다.
반면 우리와 비슷하게 AZ·화이자·모더나 등 백신을 접종한 영국은 지난달 말 이 자료를 내놓았다. 이 자료를 보면 화이자는 델타변이에 접종 1주 후 92.4%로 최대 감염 예방 효과를 보이다 점차 낮아져 20주에서 69%를 보였다. 반면 AZ 백신은 접종 2~9주에 66.7%로 가장 높다가 15~19주에 52%, 20주에 47.3%를 보였다. 접종 후 20주가 지나면 감염 예방 효과가 50% 이하로 내려간 것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세계보건기구(WHO)가 설정한 백신 긴급사용승인 최저 기준은 50%였다.
특히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주가 지나면 AZ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가 49.9%로 떨어지고 20주 후에는 36.6%로 하락했다. AZ 백신이 접종 초기에는 별문제가 없지만 성인의 경우 20주, 65세 이상의 경우 10주가 지나면 긴급사용승인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최근 2차 접종 완료율이 80%가 넘었는데도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고, 특히 주로 AZ를 맞은 60대 이상에서 돌파감염이 많은 것은 이 같은 백신별 효과 차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독일 등 대규모 접종 후 조사에서도 AZ 백신은 10주, 그러니까 두 달 정도 지나면 항체값이 50%로, 4~5개월 지나면 30%대로 떨어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결과”라며 “T세포 면역으로 위중증 확률을 많이 떨어뜨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령층은 T세포 면역이 잘 작동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AZ 백신에 대해 미국은 아직까지 긴급사용승인을 내주지 않았고, 영국은 자국 백신임에도 더 이상 추가 구매를 하지 않기로 했다. 일본은 화이자·모더나와 함께 AZ 백신을 구매했지만 AZ 백신은 전부 동남아 국가 등에 기증했다. 그래서 최근 일본이 우리나라와 접종 완료율이 비슷한데 확진자 수가 급감한 것이 화이자·모더나만 써서 백신 효과가 오래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AZ 1차 접종은 지난달 말로 중단했고, 2차 접종도 이달 말까지만 하기로 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정부의 백신 선구매가 늦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떤 백신이라도 가져와 접종해야 했으니 이제 와서 AZ 백신을 탓할 수는 없다”며 “지나고 보니까 좀 아쉽다는 것이지 그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고 AZ 백신도 나름 유용하게 쓰인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다만 “AZ 백신은 3개월이 지나면 감염 예방 효과가 떨어지는 점이 드러났으니 AZ 백신을 맞은 사람만이라도 접종 간격을 3개월 등으로 당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 효과 톡톡히 본 ‘백신 4사’ 올해 매출은?]
화이자, 백신으로만 43兆 매출… 이스라엘, 3배 값에 화이자 급매
화이자·모더나 등 백신 개발사들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엄청난 매출과 수익을 올렸다.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회사는 화이자다. 보건 분야 분석업체 등에 따르면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 백신으로만 360억달러(약 43조원) 매출을 올릴 전망이다. 올해 전체 매출액의 45%를 백신으로 올리는 것이다. 화이자는 올해 코로나 백신 판매량을 23억회분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화이자 백신을 1회분당 19.5달러에 선구매했다. 화이자는 “중소득 국가는 부유국의 절반 가격에, 저소득 국가는 원가에 백신을 제공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화이자는 내년엔 코로나 백신을 40억회분 생산할 계획인데 이 중 17억회분에 대한 선주문을 받았다.
화이자 백신을 가장 비싸게 산 나라는 지난해 11월 급하게 구매한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 보건 당국자는 지난해 12월 현지 방송에서 화이자 백신을 1회분에 62달러에 샀다고 밝혔다. 백신을 선구매하지 못했다가 미국·유럽 등의 구입가 3배 이상을 주고 백신을 조기에 확보한 것이다.
모더나는 올해 백신으로 최대 180억달러(약 21조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원래 올해 백신 매출 추정치는 200억달러였는데 신생기업이라 공급을 원활하게 하지 못해 하향 조정한 것이다. 모더나의 올해 백신 공급 전망치는 7억∼8억회분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와 존슨앤드존슨의 자회사 얀센은 팬데믹 기간엔 비영리 원칙으로 백신을 공급하겠다며 가격을 낮게 책정했다. AZ 백신 가격은 3~4달러다. 하지만 AZ도 올 3분기 매출(98억달러)이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50% 급증했을 만큼 코로나 백신 덕을 보고 있다. AZ는 지난달 “20억회분 백신을 170국에 공급했다”며 “내년부터는 코로나 백신 판매로 이윤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얀센도 올해 백신으로 25억달러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