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단체가 이동권 확보 선전전에 나선 첫날, 서울교통공사가 엘리베이터를 폐쇄하면서 시위대의 발이 묶이는 상황이 발생했다.

6일 오전 8시 혜화역 2번출구 엘리베이터 운영이 중단된 모습/ 페이스북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는 이날 오전 8시 혜화역에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 촉구 선전전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혜화역 인근에 도착한 시위대는 지하철역으로 진입하는 데 실패했다. 혜화역 2번 출구 앞 엘리베이터가 폐쇄돼 역사로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결국 시위대는 도보로 20~30분이 걸리는 한성대입구역까지 가서 지하철을 타야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당시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올리며 “지하철 아예 못 가게 막아버렸다”고 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입구는 노란색 테이프로 막혀있다. 출입구 앞에는 ‘금일 예정된 장애인단체의 불법시위(휠체어 승하차)로 인하여 이용시민의 안전과 시설물 보호를 위해 엘리베이터 운행을 일시 중지한다’고 적힌 안내문이 부착돼있다. 해당 엘리베이터는 오전 7시30분부터 1시간 30분가량 운영이 중단됐다.

전장연 관계자는 “승하차 시위가 아닌 선전전만 할 계획이었는데 엘리베이터부터 막혔을 것이라곤 생각도 못 했다”며 “장애인 이동권 확대를 위해 나왔는데, 이동권부터 차단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교통공사 측은 6일 조선닷컴에 “그동안 출근시간대 승하차 시위로 다른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며 “시위가 진행된 역뿐만 아니라 전체 노선이 지연되는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2번 출구 엘리베이터는 운영을 중단했으나 3번 출구 엘리베이터는 막지 않았기 때문에 큰 지장이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전장연 관계자는 “비장애인은 어떤 통로든 출입할 수 있는데, 수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은 왜 개방된 곳까지 많은 시간을 들여 가야하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3일 공덕역에서 진행된 승하차 시위에 대해서는 “20~30분 연착돼 짜증나는 시민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죄송스럽다”며 “그러나 장애인 이동권은 20년 넘게 지연됐다. 같이 살고 싶어서 요란하게 사회에 나오는 것으로 봐달라”고 했다.

전장연은 일반버스 대·폐차시 저상버스 도입을 의무화하고, 장애인 콜택시 등 특별교통수단의 지역간 차별 철폐 등을 골자로 한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의 연내 국회 통과를 목표로 매일 이곳에서 선전전을 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