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패스 시스템 과부하로 시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오늘은 방역 패스를 적용하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13일 오후 7시 30분쯤 질병관리청이 뿌린 안내문이다. 이날은 정부가 식당·카페 등에 들어갈 때 접종 완료증명(QR코드)이나 PCR 음성 확인서 등 ‘방역 패스’가 없으면 과태료 등을 물리겠다고 예고한 첫날. 그런데 전국 곳곳에서 QR코드가 먹통이 되면서 불만이 폭주하자 정부가 방역 패스 적용 포기를 선언한 것이다. 이미 수많은 국민이 점심·저녁 두 차례 골탕을 먹은 뒤였다.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서울 여의도 지하 식당가는 아수라장이었다. 식당 입구마다 긴 줄을 선 사람들이 접종 증명용 QR코드를 받기 위해 휴대폰을 흔들고 누르고 법석을 피웠다. 하지만 ‘접종 증명 발급에 실패했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오류만 이어졌다. 식당 주인과 손님들이 이날부터 금지된 수기 명부를 작성하고 입장시키는 일까지 벌어졌다.
‘방역 패스 대란’은 이날 오전 11시 40분쯤부터 시작됐다. 정오를 지나면서 조금씩 정상화됐지만, 일부 지역에선 오류가 계속되다 오후 1시 30분쯤에야 잠시 정상화됐다. 점심때가 지나 접속자가 줄자 자연스레 해소된 것이다. 질병청은 “접종 확인 시스템인 쿠브(COOV) 서버에 과부하가 걸렸다”고 해명했다. 그런데 질병청은 이후 긴급 서버 증설 같은 응급 조치를 하지 않아 저녁때 같은 소동이 또 벌어졌다. 질병청은 결국 ‘방역 패스 일시 중단’이라는 백기를 들어야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같은 일이 발생해 방역 패스 적용을 못 한 경우에는 과태료를 매기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당분간 불편이 계속될 수 있고 언제 정상화될지 알 수 없다는 태도다.
질병청은 지난 6일부터 방역 패스를 적용하되 과태료 등 벌칙은 13일부터 시행하기로 한 바 있다. 1주일간 계도 기간을 둔 것. 국민에게는 방역 패스를 준비하라고 해놓고 정작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쿠브 서버를 관리하는 KT 계열사 KT DS 관계자는 “질병청에서 서버 증설을 요청해 반영했지만 그 이상 접속자가 몰렸다”고 했다. 질병청 예측이 잘못됐다는 뜻이다.
이런 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6~8월 코로나 예방접종 예약을 받을 때도 서버 과부하 등으로 네 차례나 ‘먹통’ 현상이 벌어졌다. ‘IT(정보 기술) 강국’ 말이 무색하게, 정부 준비 소홀로 국민이 번번이 불편을 겪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국민이 법규를 지키지 못하는 상황으로 정부가 내몰았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소규모 영세 매장은 QR코드 확인 장비를 갖추지 못해 이날도 수기 명부를 계속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