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다시 7000명대 진입이 유력하다. 이날 오후 11시 현재 6700여 명으로 전날 같은 시각보다 1300여 명이나 늘었다. 특히 코로나 하루 사망자는 94명(13일 기준)까지 치솟았다고 정부가 이날 발표했다. 전날보다 54명 폭증한 것이다. 사망자가 역대 최고이던 지난 10일 80명 기록을 사흘 만에 뛰어넘으며 단숨에 100명대를 눈앞에 뒀다. 입원 치료 중인 중증 환자도 이날 900명을 넘어서면서 앞으로 사망 행렬이 줄을 이을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13일 사망자 94명 중 90명이 60세 이상, 그중 44명은 80세 이상이다.

의료진이 전하는 코로나 현장은 악전고투의 연속이다. 코로나 취약층인 고령자가 몰린 요양 시설은 특히 피해가 심각하다. 서울 구로구 한 감염병 전담 요양병원은 병상 290개 중 80~90%가 찼다. 병원 담당자는 “(중환자 병상으로) 전원이 안 이뤄져 중증 환자가 쌓이고 있다. 매일 환자 1~2명이 병상 나기를 기다리다 숨지고 있다”고 했다.

악회되는 코로나 위험도 지표

의료연대본부와 보건의료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서울 한 요양원에서 지난달 말부터 코로나에 감염된 고령 환자 4명 중 3명은 병원 이송 직후, 1명은 병원 문턱도 못 가 숨졌다. 병상이 포화 상태라 3~5일씩 ‘대기 중’ 상태에서 제대로 된 치료조차 못 받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요양원은 중환자 대응 의료 장비가 거의 없다. 방호복 착용 등 필수 대응 여건도 미흡하다. 경기 북부 한 요양원에선 40여 명 코로나 집단감염이 일어나면서 요양보호사가 감염됐는데, 추가 인력 보충이 어려워 이 보호사가 확진 상태에서 확진자를 돌보는 위태로운 상황마저 벌어졌다.

작년 말 3차 대유행 때도 요양 시설 어르신 수백 명이 변변한 치료조차 못 받고 숨지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이미 예고된 병상 부족 사태에 정부가 대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꼭 1년 만에 요양원의 비극이 또 되풀이된 것이다.

일선 병원 응급실은 매일이 아수라장이다. 코로나 환자에 일반 중환자, 주취자 등이 뒤엉켜 사실상 일반 환자들은 응급실 이용에 엄두를 못 낸다. 중환자의학회는 “종합병원들마다 응급실 환자를 중환자실까지 입원시키려면 8시간 이상 기다리는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고 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에 따르면, 고령 환자가 입원할 때 ‘연명 의료 중단’이나 ‘소생술 거부’(DNR) 동의서를 작성하도록 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기약 없는 연명 치료를 이어가면 다른 중환자에게 병실을 배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코로나 여파로 중환자실은 포화 상태에 이른 지 오래다.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정부가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75%를 이미 11월 중순에 넘어섰다. 전국 가동률도 12월 첫 주 78.3%를 기록하면서 ‘위험’ 상태로 접어들었다. 의료 시스템이 언제 갑자기 붕괴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다. 중환자 병상에 빈자리가 나지 않자 생활치료센터, 준중환자 병실에 있다가 갑자기 상태가 나빠져 숨지는 사례도 느는 추세다. 경기 남동부 한 공공 병원에서는 산소 치료 이상 처치가 필요한 중환자 비율이 지난 10월 10~20%에서 30~50%까지 높아진 상태다. 한 종합병원 의사는 “지금 중환자실에 있어야 할 환자가 일반 병실에 있고, 병원 입원 대상자가 생활치료센터에 머물고, 생활치료센터에 가야 할 환자가 재택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병상 부족 사태가 도미노처럼 의료 체계 전반을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지난달 이후 4차례에 걸쳐 행정명령을 내려 병상을 늘렸다고 하지만, 환자 증가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재택치료자는 2만5000명을 넘어섰고, 수도권 생활치료센터 가동률도 70%를 넘었다. 수도권에서 하루 이상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 입소를 기다리는 환자는 1480명, 지난달부터 입원 대기 중 사망자는 45명에 달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경희대병원)은 “코로나 대응에 너무 많은 의료 자원이 투입되다 보니 5대 중증 질환을 포함한 다른 응급 환자들까지 위험에 빠져 있다”고 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이날 “현재 중증·사망자 상황은 매우 엄중한 상태”라면서 “(주말을 지나고 확진자가 증가하는) 수요일, 목요일에 실질적인 위중한 상황들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적인 민생 현황과 함께 고려한 (거리 두기 여부 등) 판단이 조속히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제 코로나 확진자를 하루 2만명까지 내다보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서정숙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코로나 확진자 단기 예측 결과’에서 이달 말 기준 하루 8300~9500여 명, 다음 달 말 1만900~1만5400명으로 예상했다. 여기에 향후 이동량이 늘고 오미크론 변이가 더 퍼질 경우 “다음 달 말엔 1만5000~2만여 명대로 커질 수 있다”고도 했다.

정부는 거리 두기, 영업 제한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모임 제한 인원을 6~8명에서 5명 안팎으로 더 낮추고, 식당·카페 등 영업시간을 오후 9~10시로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중대본은 “15일, 16일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방역 당국은 “얼마 전 시행한 방역패스 확대 조치와 최근 부스터샷 접종 증가 효과가 나타나려면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