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중환자 병상이 모자라자 정부가 ‘증상 발현 후 20일이 지난 코로나 중환자를 격리 해제하고 일반 중환자 병상으로 이동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과 관련해, 의료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정부는 이 지침을 지난 17일 0시 기준으로 발표하면서 ‘소급 적용’을 주문했다. 이 때문에 중환자 병상에 입원한 지 이미 20일을 넘긴 코로나 확진자들이 병원마다 있는데, 일부 병원에선 감염 우려 때문에 정부 지침을 따르기 어렵다는 움직임까지 나오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이 장기화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대응하고자 비상 체제로 전환한다고 20일 밝혔다. 사진은 서울대병원 위기대응 중환자실 모습. 2021.12.20 /서울대학교병원

21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의 이른바 ‘빅5 병원’에서조차 정부 지침을 그대로 따를지 말지를 놓고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중환자실에 입원한 지 20일 지난 코로나 확진자에 대해 ‘22일까지 모두 일반 병상으로 이동’하기로 일단 결정했다. 하지만 이 병원 관계자는 “결정은 했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20일이 지나도 PCR 양성 반응을 보이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코로나 중환자실에서 일반 중환자실로 옮길 경우 감염이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정부 지침이 무리라는 것이다.

이날 현재 20일이 경과한 코로나 중환자가 10명 입원해 있는 서울아산병원은 22일까지 이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옮길 예정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비코로나 환자가 있는 일반 중환자실로 가면 감염 우려가 있어 상황이 호전된 분은 재택 치료를 받게 하거나 최대한 전원을 하는 방향으로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삼성병원은 지난 20일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코로나 중환자들을 일률적으로 일반 병실 등으로 옮길 수 없다”고 입장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성모병원은 17일부터 격리 해제 시기가 된 코로나 중환자들을 이미 중환자실 밖으로 빼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성모병원에는 일반 병실이지만 격리 병실이 있기 때문에 이곳으로 환자들을 옮겨서 치료하고 있다”며 “정부가 확보한 코로나 중환자 병상을 일단 비우기 때문에 정부 지침을 어긴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병원의 업무 과중도 문제다. 정부는 코로나 중증 병상에 20일 넘게 입원한 환자에 대한 ‘전원 명령서’를 환자나 보호자에게 병원 측이 전달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왜 정부가 해야 할 일을 가뜩이나 바쁜 병원에 떠넘기느냐”는 불만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