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는 부스터샷을 맞아도 2달 반 정도 지나면 방어력이 반감된다는 영국 정부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미크론용 백신을 따로 개발해야 한다” “4차 접종도 필요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반면 의료 전문가들은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mRNA 백신(화이자 또는 모더나) 부스터샷이 중증화율과 사망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며 “2차 접종 후 3개월이 지났다면 부스터샷을 빨리 맞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23일 오전 대구 동구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있다./뉴시스

영국 보건안전청(UKHSA)이 지난 23일 발표한 코로나 변이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mRNA 부스터샷을 맞은 뒤 10주 이상 경과한 사람은 델타 변이에 대해서는 백신 효과가 최대치(100%)의 80~90% 수준까지 유지됐다. 1·2차 접종이 아스트라제네카(AZ)였든, 화이자·모더나였든 3차로 mRNA 백신을 맞으면 델타에 대해선 한동안 안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면 오미크론에 대해서는 mRNA 3차 접종 효과가 델타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로 1·2차 접종을 하고 3차도 화이자를 맞은 경우, 접종 직후엔 오미크론에 대한 백신 효과가 70% 수준으로 유지됐다. 하지만 10주 이상 경과하자 효과가 45% 정도로 떨어졌다. 델타에 대한 부스터샷에서는 볼 수 없던 현상이다. 다만 화이자 1·2차 접종 후 3차를 모더나로 맞았으면 9주 경과까지 오미크론 방어력이 70~75% 수준에서 유지됐다.

백신 종류별 오미크론 예방효과

1·2차를 AZ로 맞았다면 부스터샷을 mRNA로 맞더라도 효과가 더 빨리 떨어졌다. 접종 2~4주 경과 후 오미크론 대응 효과가 60% 안팎을 보이다가 5~9주는 약 50%, 10주 이상 지나면 40% 안팎까지 내려갔다. 10주 이상 경과 시 화이자 부스터샷은 약 35%, 모더나 부스터샷은 약 45% 수준 방어력을 보였다.

이 연구는 델타 변이 확진자 14만7597명과 오미크론 확진자 6만8489명의 접종력 등을 조사한 것이다. 가디언은 “부스터샷 효과가 델타보다 오미크론에 대해 더 빠르게 줄어든다는 것”이라며 “아마도 내년쯤엔 ‘4차 접종’이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미 컬럼비아대 연구팀이 지난 23일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mRNA 백신으로 부스터샷을 맞으면 얼마간 면역이 강해지지만 오미크론을 방어하기엔 충분치 않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화이자·모더나·AZ·얀센 등 백신 4종 중화 능력을 분석한 연구팀은 “오미크론이 지금까지 본 코로나 변이 가운데 가장 완벽하게 중화 항체를 회피하는 바이러스”라고 결론 내렸다. 기존 주사 형태의 ‘단일클론 항체 치료제’도 오미크론을 막기엔 역부족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부스터샷 중증 예방 효과는 오미크론에 대해서도 재확인됐다.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연구에 따르면, 부스터샷의 오미크론 중증화 예방 효과는 80~85.9%로 나타났다. 델타의 중증화율 예방 효과(97%)에는 못 미치지만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mRNA로 이뤄지는 국내 부스터샷 접종은 지난 10월 중순 시작됐다. 현재 접종자가 1500만명을 돌파했다. 화이자가 930만명, 모더나가 580만명 정도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미크론은 내년 1월쯤 국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 상황에서는 ‘4차 접종’을 논하기 이전에 중증과 사망 예방 효과가 있는 3차 접종이 최선책”이라고 했다. 내년 3월쯤에야 나올 전망인 오미크론 전용 백신을 기다리다가는 몇 달 내 위험한 시기를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에선 오미크론으로 인한 입원율이 델타보다 최대 50~70%가량 낮고, 국내에서도 경증이 많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률은 높지만 (한 차례 확진 이후) 재감염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중증화율이 미국, 유럽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영국의 경우 오미크론 감염자의 최대 10% 정도가 이전에 델타 등에 확진된 이력이 있고, 재감염자는 중증도가 55~70%가량 자연적으로 낮아진다. 반면 한국은 최초 감염이 대부분이어서 중증도가 더 높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