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랑스·영국·호주 등 세계 각국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자 델타 변이가 번질 때보다 코로나 확진자가 2~6배 폭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불과 한 달 만에 오미크론 비율이 95%(지난달 31일 기준)까지 달한 영국은 2주 전 인구 100만명당 확진자가 900명대에서 2200명이 돼 2배 이상으로 늘었다. 호주는 지난 2주간 6배로, 프랑스와 미국도 각각 3배로 폭증했다. “신규 감염자가 그토록 많다면, 중증도가 낮은 오미크론의 긍정적인 영향이 상쇄되고 (의료 체계 등을) 압도할지도 모른다”(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는 경고가 나온다.

이들 국가의 상황이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날 경우 일 확진자가 3만~11만명까지 이를 수 있다. 이런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①빠른 진단·치료제 배송 체계 갖춰야

지자체 보건소는 코로나 확진자의 증상 등 정보를 주요 기관과 공유한 뒤 병원 입원, 생활치료센터 입소, 재택치료 가운데 하나를 정해 확진자에게 통보한다. 그런데 이 과정만 최대 3~4일까지 걸리는 경우가 있다.

서울 송파구 거주 A(23)씨는 지난달 15일 확진 판정을 받고 꼬박 이틀(41시간)이 지난 이후에야 ‘생활치료센터에 배정됐다’는 보건소 연락을 받았다. 실제 그가 이송된 건 하루 이상(30시간) 더 지나서였다. A씨는 “코로나 검사를 받은 기초 지자체가 실거주 지역과 달라서 ‘정보 이관’에 시간이 걸렸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B(31)씨도 지난해 11월 말 서울 마포구에서 코로나 확진 검사를 받고 4일째 돼서야 재택치료 키트가 영등포구 자택에 배달돼왔다. B씨 가족은 “한국이 ‘디지털 강국’ 맞느냐”고 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병원 입원이나 생활치료센터 배정에 2~3일씩 걸리는 일도 반복되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보급되는 알약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후 최소 5일 이내 복용을 시작해야 한다. 복용약의 ‘골든 타임’을 놓치면 중증화가 진행될 확률이 커진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지금대로라면 여러 행정 절차를 거치는 사이 이미 증상 발현 뒤 5일이 지나기 쉽다”며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자마자 약 처방을 내리는 의료진과 연계되고 환자가 약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 및 배송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어도 재택치료 키트 정도는 배송 시간 단축을 위해 ‘쿠팡’ 등 하루 이내 전국 곳곳에 닿는 민간 물류망을 활용해보자는 제안이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다.

②응급 체계 재정비, 의원급도 활용하자

코로나 재택치료센터를 운영하는 서울 역삼동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이상덕 원장은 “재택치료 환자가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면 담당 의료진이 24시간 모니터링하면서 전화를 주고받는다”며 “의료진이 전화 진료로 처치와 처방을 하고 퀵서비스로 약을 보내준다”고 했다. 문제는 재택치료를 받다가 급격히 산소포화도가 떨어지는 등 갑자기 중증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다. 병상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가족 등이 재택치료센터나 119에 전화를 걸어 호소해도 방법이 없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경희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은 “1~2주 전만 해도 병상이 부족해 119가 환자 집에 산소통을 놓고 오기까지 했다고 들었다”며 “환자가 (재택치료) 담당자나 공무원에게 통화를 시도해도 연락이 안 돼 직접 응급실까지 전화했지만 병상이 없었다는 사례도 많았다”고 전했다. 오미크론 급증 사태에 대비해 현재 병원급이 맡고 있는 재택치료 의료진을 의원급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재택치료 환자를 진료하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중등증 환자 수용이 가능한 병원, 중환자와 응급 환자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이 네트워크를 구축해 긴밀한 의료전달체계가 작동해야 한다”고 했다.

③자가진단 키트 활용 검토해야

미국에서는 오미크론 확산 후 코로나 검사 키트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한국도 확진자 하루 7000명대에서 검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PCR 검사에만 매달릴 경우 하루 2만~3만명대 확진자가 나오면 검사 부족이 불 보듯 뻔하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 시판되는 자가진단 키트의 정확도와 유용성을 미리 점검, 평가해 만일의 사태에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