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부터 ‘방역패스’가 면적 3000㎡ 이상 백화점과 대형 마트는 물론 복합쇼핑몰과 대형 서점 등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반발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방역 위험성과 타 시설과의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감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시설의 규모로 출입을 제한한다”는 비판이 많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임신부들의 청원이 잇따르고 있다. 세 살 자녀를 둔 40대 청원인은 “내가 사는 지방엔 생필품 등을 살 수 있는 마트가 딱 하나 있다. 그런데 마트를 못 간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상황이냐”고 했다. 둘째를 임신 중인 다른 청원인은 “배달이 안 되는 곳에 사는 임신부는 대체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고 했다. 생존권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교시설과 놀이공원, 마스크를 잘 쓰지 않고 실내 또는 실외 취식이 가능한 워터파크나 키즈카페 등을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PC방이나 미술관은 방역패스를 적용하는데 오락실이나 전시회는 왜 하지 않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이용 행태를 고려했다”고 하지만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이 많다.
현재 종교시설에선 백신 접종 완료자들만 참석할 경우 좌석의 70%까지만 채울 수 있다. 백신 미접종자가 섞여 있을 때는 좌석의 30%, 최대 299명까지만 참석할 수 있다. 대형 종교시설일 경우 미접종자를 포함해 200명 넘게 모일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난해 발생한 집단감염은 백화점이 12건(327명), 대형 마트 19건(427명), 교회는 233건(7491명)이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를 합친 수치보다 교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이 더 많은 데도 대형 마트 등만 방역패스를 적용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형 마트 근무자는 백신 접종을 받지 않았어도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신을 대형마트 아르바이트생이라 밝힌 한 누리꾼은 인터넷 글에서 “미접종자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육받았다”며 “일은 정상적으로 하는데 앞으로 마트에서 구매는 불가능하다고 하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형 마트 내부에서 사람들을 마주치는데 쇼핑만 안 된다”며 “물건 고르고 결제하는 순간 코로나 바이러스가 활동하나 보다”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중대본은 고용 불안이 우려돼 해당 시설 종사자들에겐 방역패스를 적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생필품을 구하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미접종자들과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
논란이 일자 방역 당국은 방역패스 적용 예외 기준에 대한 개선 방안을 전문가들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임신부나 기저질환자 등 백신 접종 자체가 어려운 경우도 있는데, 이들에게 생활필수시설까지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지나치다는 의견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백신 접종 증명서가 없다면 방역패스 적용 시설에 입장하기 위해 예외 확인서 등을 받아야 하는데, 현재는 확진 후 완치된 경우, 항암제 투여로 백신 접종이 연기된 경우, 백신에 대한 중증 알레르기 발생 이력이 있는 경우 등만 인정된다.
한편 정부는 방역패스가 실제 방역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계속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12월 둘째 주 기간 확진자가 줄었고 그다음 주엔 완연히 감소세를 보였는데, 이는 그달 6일 시작된 “방역패스 확대와 사적 모임 강화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방역 당국은 “백신 미접종자는 접종 완료자에 비해 확진자는 2.4배, 중환자 발생은 5배, 사망자는 4배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며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세계 각국이 1차 대응 전략으로 방역패스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