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정치권에서 방역패스 논란이 불거졌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방역패스 무용론’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입을 닫고 침묵한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지난 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열린 방역패스 효력 정지 신청 사건 심문에서는 “방역패스 정책에 실익이 없다”는 원고 측 주장을 강하게 반박했다.
이날 재판부 심문에서 보건복지부는 “백신 미접종자는 전체의 6% 정도밖에 안 되지만 중환자와 사망자의 53%를 차지한다”는 것을 방역패스 적용의 주요 논리로 내세웠다. 현재 전체 성인의 접종 완료율이 94% 수준인데, “나머지 6% 미접종자 때문에 (중환자실 부족 등) 의료 체계 붕괴 위험이 있어 방역패스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정부는 재판부와 입씨름하듯 문답을 주고받았다.
“그럼 접종 완료자가 99%가 되면 의료 체계 붕괴가 안 되나요?”(재판부)
“아닙니다.”(복지부)
“99% 달성돼도 의료 체계 붕괴된다는 겁니까?”(재판부)
“예방접종만으로는 안 된다고 말씀드리는 겁니다.”(복지부)
“그럼 예방접종 상관없이 의료 체계는 붕괴한다는 겁니까? 아니, 방역패스는 의료 체계 붕괴를 막는 거라면서요?”(재판부)
“유행 증가할 때 방역패스 적용을 넓히고 유행이 줄어들면 좁히는 식으로 유행을 조절합니다.”(복지부)
“제가 궁금한 건 방역패스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게 뭐냐는 겁니다.”(재판부)
“의료 체계 확보를 위해서….”(복지부)
이후 비슷한 문답이 거듭되자 재판부는 “이해가 안 된다”면서 답답하다는 듯 “하아….” 하고 한숨을 쉬기까지 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부가 방역패스 적용 논리를 단순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방역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왔다.
정부는 9일 재판부에 제출한 답변서를 공개해 달라는 언론사 요청을 거부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진행 중인 재판에 관한 정보여서 비공개”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법 조항은 ‘정보가 공개될 경우 정부의 직무 수행이 매우 곤란해지거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할 경우 비공개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국민에게 알려지면 정부의 직무 수행이 어려운 내용이 답변서에 들어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