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코로나 일 신규 확진자가 1만8000명을 넘어섰다. 지난 1일 534명에서 13일 1만8673명으로, 12일 만에 35배로 불어났다. 역대 최다인 지난해 8월 20일 2만5992명에 도달하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해 11월만 해도 “사실상 코로나 사태가 종식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오던 일본에서 확진자가 다시 늘어나는 것은 오미크론 변이 확산 때문이다. 특히 오키나와가 문제다. 오키나와는 13일 확진자가 1817명 나와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군 기지 장병들이 PCR 검사를 생략한 채 입국한 뒤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주위에 오미크론을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 오키나와에선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달 2일 사이 확인된 코로나 감염자 중 오미크론 감염 의심자 비율이 73%에 달했다.
오키나와뿐이 아니다. 13일 신규 확진자가 3000명을 넘어선 도쿄도는 지난해 12월 14~20일 4.1%이던 오미크론 비율이 이달 3~10일 77.3%로 뛰었다. 코로나 신규 확진자 대부분이 오미크론 감염자라는 의미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전날 “오미크론 변이 의심자가 최근 분석에선 90%를 넘었다”며 “엄청난 속도”라고 했다. 사실상 일본에서 오미크론이 우세종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일본 코로나 중증 환자와 사망자 증가세는 아직은 더딘 편이다. 일본 중증 환자는 지난 1일 51명에서 12일 105명으로 2배로 늘었다. 사망자는 0~1명 수준에서 12일 5명으로 집계됐다. 델타에 비해 오미크론 감염 증세가 경증이 많고, 현재 감염 주 연령층이 20~30대라 중증으로 악화하는 비율이 낮다는 게 배경으로 꼽힌다. 오키나와의 경우, 1~11일 코로나 확진자 8322명 중 3971명(47%)이 20대였다. 일본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오키나와 내 감염자의 92.3%(지난 4일 기준)가 무증상 혹은 경증으로 분류됐다. 인공호흡기 등이 필요한 중증 환자는 없었다. 병상도 지금은 여유가 있는 편이다. 현재 병상 이용률은 오키나와 47%, 도쿄도 14%, 오사카부 4% 수준이다. 이에 대해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코로나에 감염되고 중증, 사망으로 악화하는 데 최소 2주 정도 시차가 있다”고 말했다. 안심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와 지자체는 확진자 급증세에 따라 ‘긴급사태 선언’ 등 방역 조치를 강화할지 검토하고 있다. 현재 미군 기지 집단감염 영향권인 오키나와·야마구치·히로시마현에만 둘째로 높은 방역 조치인 ‘만연 방지 등 중점 조치’를 적용하고 있다. 도쿄도는 백신 접종이나 음성 결과 확인 없이 식사할 수 있는 인원수를 기존 8명에서 4명으로 조정했다.
일본 의료계는 오미크론이 주도하는 일본 내 ‘코로나 6차 유행’의 정점을 오는 2월 중순에서 3월 초로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확진자가 늘고, 고령층으로 확산한다면 중증 환자와 사망자 역시 늘면서 작년처럼 의료 시설 부족 문제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1~2주 내에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지난주 국내 감염자 중 오미크론 검출률은 12.5%였다. 50%를 넘으면 우세종이 되는데 임박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신규 확진자와 증증 환자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지만 오미크론이 유행을 주도하면서 확진자와 중증 환자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측되는 상황이다. 손영래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오미크론에 감염됐을 때 초기엔 중증률이 낮다고 알려졌는데 우세종이 된 이후 20~30일이 지나면 중증 환자가 빠르게 증가한다”고 말했다.
13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4167명을 기록했다. 전날 4385명보다는 218명 줄었다. 신규 확진자 중 해외 유입이 391명으로 전날 380명을 넘어서 이틀 연속 역대 최다를 경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