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서울 대형 상점과 마트·백화점에 적용된 코로나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시켰다. 이와 함께 서울 모든 시설에서 12~18세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도 정지시켰다. 지난 4일 학원과 독서실·스터디카페에 방역패스 집행을 중단하도록 한 데 이은 두 번째 제동이다. 이번 결정은 서울에만 해당하지만 다른 지자체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한원교)는 14일 의료계 인사와 종교인 등 1023명이 보건복지부 장관, 질병관리청장, 서울특별시장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였다. 우선 서울 시내 3000㎡ 이상 상점·마트·백화점에 적용한 방역패스 효력을 정지시켰다. 식당·카페 등 나머지 시설에서는 방역패스를 시행하도록 했다. 12~18세 청소년에 대해선 17종 시설 전부에서 3월 1일부터 시행 예정이던 방역패스 효력을 중단시켰다. 법원은 이번 결정을 앞으로 있을 본안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 되는 날까지 유지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방역패스로 코로나 확진자 중증화율을 낮출 수 있고 의료 체계 붕괴도 막을 수 있다”면서 공익성을 인정했지만, “생활 필수 시설까지 일률적으로 방역패스 적용 대상으로 포함시켜 백신 미접종자들의 기본 생활 영위에 불이익을 주는 건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해선 “(12~18세는) 코로나 감염으로 인한 중증화율이 현저히 낮고 사망 사례가 없다”면서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제한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이번 결정을 서울시에 대한 것으로 제한하면서, 다른 지역에서는 당분간 방역패스가 유지된다. 법원은 방역패스 시행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장’으로 봤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청장을 상대로 낸 부분은 의미가 없다고 봤고, 서울시 이외 다른 지역 방역패스의 효력 판단은 신청 내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다른 지자체에서 비슷한 소송이 제기되면 방역패스 효력 중지 결정이 추가로 내려질 수 있는 구조다.
보건복지부는 “법원 판단을 아쉽게 생각한다”며 “다음 주 회의를 거쳐 공식적인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앞으로 방역 정책에 반발하는 이들이 줄줄이 이번 전례를 따라갈 공산이 높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날 같은 법원 행정13부는 혁명21 정당 대표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백화점·점포·마트에 대한 방역패스 처분에 대해 신청한 집행정지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방역패스가 입장 자체를 금지하는 건 아니고, 소형 점포나 전통 시장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생필품 구매가 전면 차단되지 않는다”고 이유를 달았다. 앞선 판결과 다소 배치되는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