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대전시 서구 괴정동 롯데백화점 대전점에서 백화점 관계자가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시행 관련 안내문을 철거하고 있다. 정부는 오는 18일부터 보습학원, 독서실, 박물관, 영화관, 대형마트, 백화점 등 시설의 방역패스를 해제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앞으로 전국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비롯해 학원·도서관·박물관 등에 들어갈 때 방역패스(접종 증명·음성 확인제)를 내지 않아도 된다. 17일 정부는 다중 이용 시설 6종에 대해 방역패스 적용을 18일부터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6종은 ①백화점·대형 마트 등 대규모 점포 ②학원·교습소 ③독서실·스터디카페 ④도서관 ⑤박물관·미술관·과학관 ⑥영화관·공연장 등이다. 최근 법원이 이 시설들에 대해 방역패스 처분 정지 결정을 잇따라 내린 점을 고려한 조치다. 방역패스는 안 보여줘도 되지만 그 안에서 먹고 마시는 건 제한한다. 식당·카페, 유흥 시설, PC방 등 다른 11종 시설은 방역패스를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법원이 중단하도록 한 청소년 방역패스는 종전대로 3월 시행을 추진할 방침이다. 법원이 서울 지역은 모든 시설에서 청소년 방역패스를 중단하도록 한 상태에서 지방은 어떻게 할지 결정을 내려야 했지만, 마트·백화점 등과 달리 해제를 유보한 것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12~18세 청소년 확진자 수는 줄고 있으나, 비율이 25%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향후 오미크론이 더 유행하면 청소년층을 중심으로 감염이 크게 확산할 가능성이 있어 방역패스를 계속 적용한다는 방침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즉시항고 과정에서 법원 결정을 되돌릴 수 있도록 설득하겠다는 의미다. 법원 판결이 언제 선고되느냐에 따라 서울과 지방의 청소년 방역패스 적용 여부가 달라져 혼선을 빚을 수 있다.

이번에 방역패스가 풀리는 6종 시설 규모는 전국적으로 13만5000개다. 방역패스 적용 시설 115만개 중 11.7%에 해당한다. 해제 결정에는 마스크를 항상 쓸 수 있는 곳인지, 침방울이 얼마나 나오는지 등이 고려됐다. 지난 4일 법원 결정으로 학원·독서실·스터디카페에는 이미 방역패스 적용이 중단됐다. 정부는 이날 이를 공식화하면서 학원 중에서 이용하는 동안 침방울이 많이 튀는 관악기·노래·연기 등 일부 학원·교습소들은 방역패스를 적용해야 한다고 법원에 건의하기로 했다. 법원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진 이 학원들에서도 방역패스를 안 보여줘도 된다.

백화점·대형 마트 등 대규모 점포는 방역패스가 해제되지만 그 내부에 있는 푸드코트(식당·카페)에선 방역패스를 보여줘야 한다. 공연장 역시 50명 이상 비정규 공연장은 방역패스가 유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부 발표를 두고 의견이 엇갈렸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지역 간 형평성과 마스크를 항상 쓰고 있는 곳인지 등 기준으로 방역패스를 해제한 건 긍정적이다”라면서도 “청소년에 대한 방역패스 결정은 고수하고 있는데 접종을 강제하기보단 자율 접종으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자연 환기나 공기청정기 활용, 책상 간격 띄우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학교 문을 닫지 않고 감염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오미크론 변이는 유례없는 대규모 유행을 가져올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면서 “오미크론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될 수 있어 마스크만으로 못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역패스 처분 취소 소송 대리인단과 백신 피해자와 학부모 단체 등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식당·카페도 추가로 (방역패스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정부는 이와 더불어 시설 운영자가 방역패스를 일일이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방역패스 위반에 대한 과태료를 고의성이 있을 때만 매기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국내 오미크론 확산세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지난 9~15일 1주일간 국내 오미크론 감염자가 2679명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그 전주 2~8일 1033명의 2.6배다. 국내 발생 확진자 중 오미크론 검출률은 26.7%로 상승했다. 12월 4주 차부터 주별로 치면 1.8%→4.0%→12.5%→26.7%로 급증하는 추세다. 해외 유입 검출률은 94.7%에 달한다.

방대본은 “이번 주말이면 국내에서도 오미크론이 델타 변이를 제치고 감염 50% 이상을 차지하는 우세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화이자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는 지난 14~16일 총 39명에게 처방된 것으로 집계됐다. 부작용 사례는 아직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