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으로 10명 검사자 중 한 명꼴로 양성 판정이 나면서 코로나 일일 확진자가 2만명을 넘어섰다. 하지만 중증 환자와 사망자는 작년 말 델타 변이 대유행 때의 5분의 1 안팎 정도에 그치고 있다. 앞으로 당분간은 이 같은 오미크론의 ‘두 얼굴’이 계속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재택 치료 등 대규모 환자 관리와 중증 환자 및 사망자 최소화가 방역 성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코로나 3대 지표 가운데 확진자는 급증한 반면 중환자와 사망자는 거의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온 비동조화(decoupling) 현상이 나타났다. 지난 1일 사망자는 15명으로,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던 작년 11월 초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당시엔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1500~2500명으로 지금의 10분의 1 정도였다. 델타 대유행기인 작년 12월 한때 하루 사망자가 100명을 넘어섰던 상황과 대비된다.

위중증 환자 역시 2일 0시 기준 278명으로 크게 줄었다. 위중증이 1000명을 넘나들었던 작년 12월 중순 대비 3~4분의 1 수준이다. 이에 따라 작년 말 90%를 넘겼던 수도권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현재 15% 수준까지 내려왔다. 전국 감염병전담병원에도 코로나 환자가 입원 가능한 병상이 1만1000여 개 남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60세 이상 인구 중 95% 이상이 2차 접종을 받았고 85% 넘게 3차 접종(부스터샷)을 완료했다”며 “앞으로 유행을 버틸 수 있게 하는 중요한 힘”이라고 했다.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 공동위원장인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해 “전파력이 강해진다는 건 (유행이) 끝나간다는 걸 의미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오미크론이 먼저 창궐한 해외 사례를 보면, 언제든 확진자 급증으로 위중증과 사망이 급증하며 의료 체계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2일 0시 기준 재택 치료 환자는 총 8만9420명으로 한 주 전인 지난달 26일(3만7000여 명)보다 5만2000여 명 늘었다. 2주 전인 지난달 19일(1만7000여 명)의 5배 이상이다. 재택치료자의 건강 상태를 관리하는 의료기관은 현재 439곳, 관리 가능한 환자는 총 10만6000명이다. 관리 가능한 최대치의 84.6%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최근 일주일 코로나 확산 현황

정부가 조사한 국내 오미크론 치명률은 0.16%로 델타 변이(0.8%)의 5분의 1 정도지만, 오미크론이 고령자와 미접종자를 집중적으로 노리면 피해가 커질 수 있다. 최근 일주일간 국내 오미크론 발생 비율은 80% 정도로 올라갔는데 동시에 사망자의 90% 이상, 위중증의 80% 안팎은 60대 이상으로 나타났다. 델타가 우세종일 때와 큰 변화가 없다. 게다가 향후 고령층의 부스터샷 약효가 떨어지기 시작하면 오미크론 확산 시기와 겹쳐 피해가 커질 수 있다. 75세 이상은 작년 11월 전후, 60~74세는 연말 연시에 부스터샷을 맞아 2~3월 중에 부스터샷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최근 발간한 ‘주요국의 오미크론 변이 확산 대응 전략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처럼 접종률이 높은 프랑스⋅영국⋅덴마크⋅이스라엘⋅싱가포르 등지에서도 전체적인 치명률은 낮아졌지만 고령자나 미접종자는 중증과 사망 위험이 높은 수준을 보였다. 방대본에 따르면, 미접종자인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비율은 작년 12월 첫째주 54%, 49%에서 올해 1월 둘째주에는 68%, 62%로 각각 치솟았다. 오미크론 유행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사회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른 나라에 비해 유행 규모가 작아서 쓰나미급 유행에 대한 경험과 준비가 부족한 우리나라에선 더 큰 혼란이 예상된다”(장영욱 KIEP 부연구위원)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