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갔다온 귀경객, 서울역서 코로나 검사 - 2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2만명을 돌파한 가운데,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한 귀경객이 검체를 채취하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최모(43)씨는 2일 자기 소셜미디어(SNS)에 마스크 쓴 사진과 함께 ‘코로나 격리 6일 차’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확진돼 6일째 격리 중인데 (방역 당국에선) 관리 전화 한 통 안 왔다”고 했다. 그 뒤 댓글로 ‘저도 1월에 확진됐었다’ ‘나도 보건소에서 잘못해 격리가 일찍 풀렸다’ 등 지인들의 경험담이 줄줄이 달렸다. 최씨는 “코로나 초기만 해도 식당 주인이 자기 확진됐다고 SNS 하는 건 상상도 못 했지만, 요즘은 코로나가 흔해지다 보니 숨길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2일 0시 기준 하루 코로나 확진자가 2만명 이상 발생하는 등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시민들 사이에선 “코로나 확진이나 검사가 이제는 일상이 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 국내 누적 확진자 수는 88만명을 돌파했고 누적 코로나 검사 건수는 1억2551만여 건에 이른다. 국민 60명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있고, 국민 한 사람당 검사를 평균 2번 이상 받은 셈이다.

하지만 확산세가 거센 만큼, 임신부나 고령 기저질환자, 백신 미접종자 등은 “예전보다 더 무섭다”는 반응도 보인다. 그런데도 방역 당국의 대응은 더 느려지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온다. 확산세는 거센데 증상은 상대적으로 가벼운 오미크론 변이 특성에 따라 코로나에 대한 시민들 반응도 양쪽으로 갈리는 셈이다.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자기나 가족의 확진 사실을 알리는 ‘인증 게시물’이 늘고 있다. 자가진단 키트나 확진 문자 메시지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전업주부인 김모(34)씨의 경우 최근 확진 판정을 받은 후 자기 SNS에 ‘코로나 확진일기’를 연재하고 있다. 그는 “누구라도 감염될 수 있는 환경이라 확진 경험에 대한 정보를 사람들에게 주고 싶었다”고 했다. 유튜브에도 ‘격리생활 브이로그(일상을 담은 영상)’ ‘확진 Q&A’ 등 영상이 다수 올라와 있다.

“지인 중 확진자를 찾아보기 쉬워졌다”거나 “한 달 새 코로나 검사 여러 번 받았다”는 얘기도 흔하게 들린다. 서울 서초구 주민인 김모(39)씨는 “이번 설에 집에만 있으면서 친구, 친척 20여 명과 안부를 주고받았는데, 그중 3명이나 재택 치료 중이라고 하더라”면서 “이제는 예전처럼 ‘확진’이라는 말에 놀라거나 무서워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강모(55)씨는 직장 내 기숙사에서 집단감염이 나오고, 식사를 함께 한 지인의 확진이 겹치며 지난주에만 코로나 검사를 3번 받았다.

반면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임신부, 미접종자 등은 불안이 더 커졌다. 아내가 이달 둘째 주 출산을 앞두고 있는 회사원 김모(35)씨는 “내가 확진되면 아내와 아기의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고, 출산하는 병원도 급히 바꿔야 하는 상황”이라며 “요즘은 출근이 두렵다”고 했다. 암 투병 중으로 백신을 맞지 않은 정모(56)씨는 “지금도 외출을 자제하고 있지만 앞으론 불안해 아예 외출을 안 할 예정”이라며 “코로나에 옮을까 봐 명절에 딸도 못 봤다”고 했다.

확진자가 빠르게 늘면서 정부·지자체 대응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경남 진주에서 일하는 한모(28)씨는 지난 1일 아침 코로나에 확진됐다는 문자를 받았지만 하루가 넘도록 격리 기간이나 재택 치료 지침을 안내받지 못했고, 산소포화도 측정기, 약품 등 구호 물품도 받지 못했다. 한씨는 “방역 당국이 알려주는 게 없어 인터넷만 뒤지는 중”이라고 했다. 경기 용인에서 4남매와 함께 재택 치료 중인 정소라(35)씨는 “생후 4개월 아기가 열이 나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궁금한데 구청 담당자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고 했다.

기업들도 설 연휴 이후 직원 사이에서 감염이 퍼질까 비상이다. 카카오는 3일부터 전 직원의 회사 출입을 원칙적으로 막고, 자가 진단을 마친 사람만 부득이한 경우 출근시킨다. 자가진단 키트 10개(20회분)를 전 직원 집에 보낼 예정이다. SK이노베이션 역시 지난달 25일 임직원들에게 자가진단 키트를 3~4개씩 배부해, 설 연휴가 지나고 사무실에 출근하는 경우 자가진단 키트로 음성 여부를 확인하도록 권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