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파르게 증가하는 소아⋅청소년 확진자(19세 이하)가 2월 말쯤엔 하루 3만명을 넘어설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소아⋅청소년 확진자는 1월 한 달 동안 4배가량 증가한 상태. 2월 들어선 일 6000명대 확진자가 나오고 있는데 이 규모가 또다시 5배 이상으로 뛴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예상은 국가수리과학연구소(수리연)가 지난달 26일 공개한 ‘수리모델링으로 분석한 코로나19 유행 예측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당시 수리연은 현재 유행 수준이 계속된다면 2월 첫째 주부터 하루 평균 6000여 명의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 22일쯤 3만명을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후에는 확산세가 다소 가라앉아 3월 1일 2만여 명, 3월 8일 1만600여 명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실제 2월 3일 0시 기준 0~19세 신규 일 확진자는 6615명으로 수리연 모델에 근접했다. 이런 예측대로 확진자 수가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번 수리연 분석에는 감염재생산지수(R)가 1월 말에서 2월 초 무렵 1.7까지 오른 후 4주 후엔 1로 떨어진다는 가정을 적용했다. 감염재생산지수는 확진자 1명이 주변 사람 몇 명을 감염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R이 1보다 크면 1명 이상을 감염시키는 것으로 본다. 이 가정하에 수리연은 2월 말 전 연령대 확진자 수가 최대 17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소아⋅청소년 확진자 증가세가 다른 연령대보다 두드러진다는 점은 분명하다. 최근 5일(1월 30일~2월 3일) 인구 10만명당 일 확진자 수는 0~9세가 60.4명으로 1월 첫 주(1월 2~8일) 12.6명과 비교해 5배 가까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10~19세는 9.2명에서 74.4명으로 8배 늘었다. 다른 연령대보다 확산세가 적게는 2배, 많게는 1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수리연 분석대로라면 3주 뒤쯤 연령대별 일 확진자 수는 20대가 1만5000여 명, 40대 1만4000여 명, 60대 5500여 명, 70대 이상 3600여 명으로 전체 1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와 있다.
소아·청소년 확진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원인 중 하나는 상대적으로 저조한 백신 접종률이 꼽힌다. 3일 0시 기준 12~19세 백신 2차 접종률은 인구 대비 68%. 11세 이하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89~97%인 다른 연령대와 비교하면 턱없이 낮다. 코로나 감염 우려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이 같은 추세를 우려해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달 26일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와 대한소아감염학회는 “오미크론발 확진자 수 증가에 따라 소아⋅청소년에서도 중증 코로나 사례가 증가할 것”이라며 “소아 코로나 환자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상급 의료기관은 소아⋅청소년 환자까지 진료할 여력이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어린이들은 중증화율이 성인에 비해 100분의 1이라고 하지만, 현재 오미크론 확산세가 거센 데다 12세 미만은 백신을 맞지 않은 상황이라 심각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 확진자 증가세는 전체 확진자 팽창을 이끌고 있다. 방역 당국은 설 연휴가 끝나고 검사량이 늘어나면 확진자 수가 더 증가할 거라고 내다본 바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다음 주쯤 (일 확진자 수가) 11만명 정도가 될 것”이라며 “현재 (재택 치료) 11만명 정도까지 관리할 여력은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지막으로 조사된 감염재생산지수가 1.54 정도인데, 이를 그대로 적용하고 지금 같은 방역 수준을 유지한 상태라면 3~4주 안에 10만명 (확진자) 발생이 가능하다”며 “2월 말에서 3월 초 사이 10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도 “10만명 확진자가 나온다고 가정하면 1주일이면 확진자가 70만명, 70만명이 7일씩 격리한다고 해도 자가 격리자가 최대 490만명까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확진자 증가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3일 오후 11시 기준 일 신규 확진자는 2만6000명을 넘어서 또다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일 2만2907명, 1일 2만269명에 이어 3일 연속 2만명대다. 이날 방역 당국은 확진자 폭증에 대응해 재택 치료 모니터링 횟수를 줄이기로 했다. 3일부터 일일 재택 치료 모니터링 횟수를 고위험군은 종전 3회에서 2회, 일반 환자는 2회에서 1회로 조정하는 내용이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현재 재택 치료 중인 환자는 9만7000여 명. 이창준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재택 치료 참여 기관 수를 계속 늘려나가면서 관리할 수 있는 환자 수를 늘리고, 의사와 간호사가 1인당 맡는 환자 범위를 늘리면서 재택 치료 여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