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이 신속항원검사의 양성 판정만으로 먹는 코로나 치료제를 처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지금은 신속항원검사에서 양성이 나와도 PCR(유전자 증폭) 검사를 추가로 실시해 양성이 나와야 먹는 치료제를 처방한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반장은 10일 정례브리핑에서 “아직은 신속항원검사의 가짜 양성 문제가 있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 후 가짜 양성률이 감소하면 신속항원검사만으로 바로 팍스로비드(화이자의 먹는 코로나 치료제)를 처방하도록 조치를 변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속항원검사는 위양성률(양성이 아닌데 양성으로 나올 확률)이 30~50% 수준이다.

팍스로비드 투여 대상 연령을 확대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9일 국회에서 “40대 이하도 고위험 요인이 있는 사람으로 코로나 먹는 치료제 투여 대상이 확대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청장은 “(코로나 확산 변수에) 위중증이나 기저질환도 있지만 연령 변수가 가장 크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팍스로비드는 투약 대상이 면역 저하자, 60세 이상, 50대 고위험군·기저질환자로 제한돼 있다 보니 처방이 저조하다. 현재까지 국내에 도입된 팍스로비드는 총 3만2000명분이다. 이 가운데 실제 처방을 받은 사람은 지난달 14일 첫 투약 이후 지난 6일까지 총 1851명(5.8%)에 불과하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중증화, 사망 위험 감소를 위해 가급적이면 처방 대상을 모든 성인에게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팍스로비드는 코로나 확진자의 입원과 사망 위험을 약 88% 낮추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공급이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팍스로비드 수급이 앞으로 잘될 것인지 불분명하다”며 “하루 확진자가 10만~15만명씩 나오는 상황이 지속했을 때 치료제 수급이 적절하게 이뤄지지 않으면 물량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입 예정인 팍스로비드의 총 물량은 76만2000명분이지만 정부는 추가 물량 반입 일정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