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비약 있나요” - 10일부터 코로나 ‘셀프 재택 치료’ 체계가 본격 가동한 가운데, 11일 대구 도심 한 약국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 상비약’ 목록을 갖고 약사에게 문의하고 있다. 고위험군 환자가 아니면 해열제나 종합감기약 등 필요한 약을 직접 사야 한다. /뉴스1

회사원 주모(30)씨는 지난 연말 온라인으로 코로나 자가 검사 키트를 개당 4000원에 사서 썼다. 그런데 최근 다시 사려고 인터넷 쇼핑몰을 검색해보니 개당 3만1200원짜리가 있는 걸 보고 놀랐다. 주씨는 “두 달 만에 가격이 8배 오른 걸 보니 황당하다”면서 “2년 전 ‘마스크 대란’ 초기 악몽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10일부터 본격적인 코로나 ‘셀프 방역’ 체계가 가동되면서 ‘자가 검사 키트 대란’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정가제를 채택한 약국이나 편의점 같은 오프라인 매장에선 자가 키트를 구하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닌 데다, 온라인은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고, 쇼핑몰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마스크 대란’이 재연될까 불안한 마음에 일부에서 사재기 조짐이 일자 정부는 13일부터 자가 키트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터무니없이 비싸게 팔지 못하도록 하는 ‘최고 가격제’ 도입을 검토하기에 이르렀다.

본지가 이날 오후 서울 지역 강남구⋅성동구⋅서대문구 동네 약국 60곳에 확인해보니 32곳(53%)에서 자가 검사 키트가 품절이었다. 강남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김모(33)씨는 “오늘 25회분짜리 키트 2개를 배정받았는데 약국 문을 열자마자 팔렸다”며 “키트 온라인 판매가 중단된다는 소식에 온종일 키트가 있느냐 묻는 전화가 밀려든다”고 말했다. 재고가 있는 약국 중에서도 4곳은 20회분 이상 대용량만 팔고 있었다. 원래는 2회분 키트가 보통 1만6000원 수준이지만, 서대문역 인근 한 약국에선 “1~2개입 키트는 이제 일반 약국에서 구하기 어렵다”며 “25회분짜리가 오후에 들어올 것 같은데 15만원을 선금으로 내면 예약해주겠다”고 제안하는 지경이다.

온라인에선 자가 키트 가격이 들쭉날쭉이다. 쿠팡에서 3만1200원짜리가 티몬에선 3만5000원(2회분 6만9900원)이다. 그나마 이 키트들은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1개 3000~5000원 선이었는데 10배가량 올랐다. 자가 키트 정부 조달 단가는 개당 2420원이란 사실을 고려하면 ‘폭리’인 셈이다. 각종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는 “코로나 자가 키트 1만원에 구해요” “자가 키트 공동 구매할 분 구합니다” 같은 글이 게시판을 메우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1일 “다음 주 1500만명분, 다음 달엔 1억9000만개 자가 키트를 국내에 공급할 것”이라며 “전체 물량이 부족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함께 13일부터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고, 약국·편의점에서 대용량 제품을 1~2개씩 나눠 팔도록 할 방침이다. 경찰도 과도하게 비싼 가격으로 키트를 판매하는 시장 교란 행위를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