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진 거리 두기 체계를 완화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면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11일 “방역 상황을 면밀히 분석·평가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조정함으로써 경제·사회적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도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위중증과 사망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방역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언제라도 용기 있는 결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기일 중대본 제1통제관도 “(거리 두기 종료까지) 일주일이 남았지만 혹시라도 할 수 있으면 하겠다는 (총리의) 의지 표명이라고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등 방역조치 완화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11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한 점포에 '코로나로 인한 매장 운영시간이 유동적으로 변동될 수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라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2022.02.11. /뉴시스

정부는 지난해 12월 18일 이후 다중이용시설 오후 9시 영업 제한이란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다. 오는 20일 새로운 거리 두기 기준을 발표해야 하는데 이를 앞두고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란 지적이다. 이날 방역 당국은 “당초 (코로나 유행의) 최정점을 2월 말로 예상했지만, 지금은 3월까지 넘어가는 추세”라고 밝히면서 “거리 두기 완화나 방역 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QR코드 등 여러 조치가 (유행 시점과) 맞물려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 (향후 방역 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정부가 경로당·노인복지관 등 고령층 집합 시설에 대해 새로운 운영 계획을 발표한 것도 그 연장 선상이란 해석이다. 정부는 “14일부터 전국 경로당과 노인복지관 대면 프로그램 운영을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증과 사망 위험이 월등히 높은 60세 이상 어르신과 미접종자 감염을 최소화하는 데 오미크론 방역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방역 역량을 고위험군 보호에 집중하고 ‘부스터샷’ 접종 완료자 등 다른 계층에 대해선 이보다 완화한 방역 정책을 적용하겠다는 취지가 담겼다는 분석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거리 두기를 얼마나, 어느 정도까지 완화하는지가 중요하다”며 “지금처럼 확진자가 폭증하는 상황에선 전반적으로 완화하되, 고위험 시설 일부에 대해 출입을 자제시키는 게 옳다”고 말했다.

다만 많은 의료 전문가는 “아직 섣부르다”면서 경계하는 분위기다. 최재욱 고려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 체계 자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의미가 없는 상태에 가깝다”면서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방역 모델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단편적으로 ‘경로당 운영 중단’ 같은 대책만 내놓는다고 얼마나 실효성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백순영 가톨릭대의대 명예교수는 “지금 시점에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화하면 안 된다”며 “아직 확산세가 둔화되지 않은 상황이고, 우리 의료 체계에 불확실성이 남아있어 최소한 방어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각종 방역 지표는 전반적으로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일 신규 입원 환자는 지난달 18일 463명에서 지난 1일 1001명, 11일 1278명으로 급등하는 추세다. 오미크론 대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는 ‘3차 접종(부스터샷)’은 좀처럼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8~10일 사흘 동안 부스터샷 접종자는 평균 16만명.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2주간 주말·휴일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32만명이 부스터샷을 맞은 사실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구나 60대 이상은 11일 0시 기준 부스터샷 접종률이 연령대에 따라 82~90%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20~30대는 45~46%다. 더 문제는 60대 이상은 물론, 20~30대까지 추가로 부스터샷을 맞기 위해 나서는 인원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김우주 대한백신학회 회장은 “방역 당국이 (오미크론 대응) 정책을 (’셀프 치료’로) 변경하고 오미크론을 계절 독감처럼 취급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뒤로는 굳이 백신을 맞아야 하느냐는 분위기가 생겼다”면서 “지금처럼 정부가 방역 정책을 완화하겠다는 분위기를 자꾸 내비치면 부스터샷 접종률이 답보 상태를 보이면서 앞으로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