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덟 살 자녀를 둔 학부모 김모(40)씨는 초등학교 입학을 2주 앞두고 “심란하다”고 했다. 정부가 유치원·초등학생의 경우 3월 개학 이후 가정에서 일주일에 2번씩 의무적으로 자가진단키트로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이 나온 학생만 등교를 허용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셀프(Self) 방역으로 전환됐는데 왜 학교에는 코로나 검사를 의무화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안 그래도 아이들이 학기 초엔 적응하느라 힘든데, ‘등교 트라우마’가 생길까 걱정된다”고 했다.
정부가 전국 유치원생과 초등학생 전체 330만명에게 3월 개학부터 약 5주간 1주에 2개씩 자가진단키트를 나눠주고 등교 전 검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확진자 접촉 여부와 상관 없이 모든 어린이에게 검사를 강제하는 것이 맞느냐는 것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11일 “어린아이들에게 고통스러운 자가진단키트 검사를 일주일에 2번씩 강행하는 것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될 것”이라는 청원글이 올라와 이틀 만에 2만명이 동의했다. 학부모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밀접 접촉자도 코로나 검사가 의무가 아닌데 왜 아무 증상 없는 아이들을 검사해야 하나” “일주일에 두 번씩 코를 찌르는 건 아동 학대”라는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특히 신속항원검사 키트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상황이어서 정부 방침이 실효성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달간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배부할 경우 월 800억원의 국고가 들어가는데, 신속항원검사 정확도는 40% 정도다. 코로나 감염자 10명을 검사하면 4명만 양성으로 나온다는 얘기다. 자녀를 유치원에 보내는 한 학부모는 “얼마 전 유치원에서 확진자가 나와 아이들 모두가 신속항원검사를 받고 전원 음성이 나왔는데도 이후 줄줄이 확진자가 나왔다”며 “키트를 뿌리는 이유가 뭐냐”고 했다. 코로나 증상이 있어도 ‘가짜 음성’ 결과만 믿고 자녀를 등교시키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맞벌이 부부 사이에서는 어린 아이에게 신속항원검사를 시키고 30분간 결과를 기다렸다가 출근을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는 오미크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미접종자가 대다수인 유아·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최근 정부가 확진자·접촉자 관리를 느슨하게 풀었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마상혁 한국백신학회 부회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은 “방역 당국은 방역 조치를 다 풀어놓고, 교육 당국은 등교 기준을 더 강화하는 등 정부 부처 간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