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오미크론 변이가 감염에 취약한 고령층과 백신 접종률이 낮은 청소년들을 두 갈래로 나눠서 공격하고 있다. 최근 고령자들의 ‘섬’이라고 볼 수 있는 요양병원에서 집단 발병이 급증하고 있다. 오미크론 확산을 막지 못해 고령의 코로나 환자들이 늘면 1~2주 후에는 위중증과 사망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한편으로는 최근 청소년들 사이에서 오미크론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40~50대 부모들이 전염되고 이들을 연결고리로 사회 곳곳에서 연쇄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요일인 13일 오후 11시 현재 신규 코로나 확진자는 5만4000여 명으로 닷새 연속 5만명대를 기록했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12일 전체 코로나 확진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2.1%였다. 60세 이상 확진자 비율은 한때 20%에 육박했다가 지난달 하순 7%대로 내려갔는데, 2주 만에 4~5%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방역 당국은 60대 이상 상당수가 작년 10~11월 부스터샷(3차 접종)을 맞아 연말연시에 감염이 줄었다가 이후 백신 효과가 떨어지면서 감염이 늘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전국적으로 수십 건에 달하는 요양병원 오미크론 집단 발병도 한몫했다. 특히 수도권과 부산 등지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1~2명 나오지 않은 요양병원은 찾기 힘들다”는 말이 나온다. 한 대형 요양병원 운영자는 “최근 자녀를 둔 직원 등이 감염돼 와서 격리되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가 오미크론 통제를 사실상 중단했으니 의료기관 내 전파는 시간문제”라고 했다.
지난주 경기 부천시 요양원 2곳과 용인의 요양시설, 안양시 요양병원 등에서 각각 10명에서 30명 이상의 확진자가 나왔다. 부산에서도 사하구와 수영구의 요양병원에서 확진자가 각각 60명 넘게 발생했다. 대구·경북·전북·전남·충남 등에서도 집단 발병이 잇따랐다. 서울 서남권의 한 대형병원은 주변 요양병원 등에서 밀려드는 환자로 코로나 병동 중환자실 8개 가운데 7개가 찼고, 준중환자와 중등증 병상도 차오르고 있다고 한다. 기저질환자가 상당수인 요양병원의 위기는 전반적인 의료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
이런 가운데 주요 요양병원에서 “코로나가 발생한 병동 전체를 코호트(동일 집단) 격리시키는 당국의 대응 방식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의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대규모 코호트 격리된 병원에서 직원 수가 줄면 감염 환자가 사실상 방치된 상태로 치료 시기를 놓쳐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대한요양병원협회 노동훈 홍보위원장(카네이션 요양병원 원장)은 “(요양병원들에서) 환자들 증상이 델타 때보다는 많이 약해졌다고들 한다”며 “감염병 전담병원 이송 외의 경증 환자들은 병실 단위로 소규모 코호트 격리하고 자체 치료하면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에서 요양병원을 운영하는 요양병원협회 김성우 이사도 “주사제 투여 등 요양병원 자체 진료 범위를 늘려주고 장비와 인력·예산을 더 지원해줘야 한다”고 했다. 요양병원 환자들은 격리 기간을 마치고 나서도 돌연 폐렴 등으로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 관찰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가정 내 감염 확산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 청소년 감염도 늘고 있다. 감염자 가운데 20대 이하 비율은 한 달 전 43%에서 현재 48%로 올라갔다. 10대의 코로나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3798명으로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아졌다. 이어 20대(3665명), 0~9세(3431명) 순이다. 70세 이상에서 10만명당 1500명대 정도인 고령자 발생률의 갑절을 넘어선 것이다.
교육 당국이 학교 자체적인 판단에 의한 ‘정상 등교’ 방침을 유지하는 가운데, 청소년 감염을 낮출 뚜렷한 방법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다. 현재 2차 접종률이 86%를 기록한 16~18세를 제외하면 13~15세의 2차 접종률은 68%에 그친다. 상당수 성인도 코로나에 취약해진 상태다. 13일 기준 부스터샷 접종 대상인 18~59세의 접종률이 62%에 그쳤다. 18~59세 부스터샷 접종 대상 가운데 927만명은 예약도 잡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