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 등을 통해 코로나 감염을 억제해온 이른 바 ‘K방역’이 오미크론 감염이 치솟는 국면에서는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5일 “우리나라의 오미크론 유행은 (한두 달 만에) 정점으로 급격하게 올랐다가 급격하게 내려가는 형태를 보이는 미국과 영국·프랑스 등과는 다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는 백신 접종에 의한 면역은 꽤 형성돼 있지만 자연 감염 후 형성되는 면역은 적어서 유럽과 달리 정점으로 서서히 올라가고 유행도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국내 오미크론 대유행 사태는 상대적으로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감염 확산을 억누른 게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오는 ‘K방역의 역설’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우 인구 10명 중 3명이 코로나에 자연감염된 뒤 항체가 생겼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난해 1분기 기준으로 자연감염 비율이 0.5%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김우주 교수는 “그 후 1년이 지났고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도 5100만명 중 146만명이 확진됐기 때문에 인구의 최소 3%는 자연면역 항체를 보유하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래도 영국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영국은 오미크론이 발견된 지난해 11월 말 이후 한달여 만에 하루 확진자가 21만8724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다시 한달여 만인 지난 6일 5만7337명으로 급감했다. 프랑스도 오미크론 유행 두 달도 안 돼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왔다가 이후 하강 곡선을 그렸다. 미국 역시 지난달 중순 정점을 기록했다가 지금은 확연히 떨어졌다. 유럽 국가 중 상대적으로 방역을 강화해온 독일은 우리와 비슷한 추세다. 독일과 한국은 언제 오미크론 대유행이 정점에 이를지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미 CDC 자료를 인용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하면 코로나 감염 확률은 약 90% 감소하고 입원 확률은 0.07% 수준이었다. 그런데 자연 감염을 통해 면역이 생길 경우 코로나에 다시 걸릴 확률은 백신 면역에 의한 감염률보다 3분의 1이 더 낮았고, 입원 위험성은 0.03% 수준이었다. 자연 감염이 백신 접종보다 더 효과가 강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