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가 9만명을 돌파하면서 앞으로 확진자 급증에 따른 사망자 급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수리연) 분석에 따르면 내달 초 확진자 수가 최대 36만명에 달할 수 있다. 수리연 예측이 지금까지 현실과 근접하게 실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미크론 현재 치명률(0.19%)을 대입했을 때, 앞으로 일 사망자가 680명까지 나올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난 2년간 얼마나 대비해왔는지 보여주는 ‘방역 성적표’가 공개되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16일 0시 기준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9만443명이었다. 전날(5만7177명)보다 약 3만여 명 많았다. 일주일 전인 지난 8일(3만6719명)에 비교하면 2.5배 수준이고, 2주 전인 지난 1일(1만8343명)에 비교하면 5배에 달한다. 이는 최근 수리연이 내놓은 분석 결과와 비슷한 속도다. 수리연은 지난 9일 공개한 보고서에서 현재 확산 수준이 이어질 경우, 3월 첫째 주 하루 확진자 수가 최대 36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오는 23일 확진자 14만명, 일주일 후 20만명대에 올라서며 3월 초엔 30만명대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 연구대로 확진자가 최대 36만명이 나올 경우 (오미크론) 치명률이 현 0.19%대로라면 하루 사망자는 680명에 달할 수 있다.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 비율을 나타내는 ‘치명률’은 12월 마지막 주 이래 4주 평균 0.16% 수준이었다가 1월 마지막 주부터 4주 평균 0.19%로 올라섰다. 질병청은 “60대 이상 고령 확진자가 증가하면서 치명률 자체가 소폭 증가했다”고 말했다. 중증·치명으로 빠질 수 있는 집단 규모가 커졌단 뜻이다.
실제 최근 확진자 급증과 함께 입원환자·중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15일 확진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1686명이었다. 전날(1199명)보다 487명 늘었다. 신규 입원 환자는 지난 11일 이후 나흘 연속 감소했지만 이날 증가세로 전환했다. 입원 환자가 증가하면서 중환자 병상에 입원한 환자도 늘고 있다. 코로나 중환자 병상 가동률은 2월 첫째 주(1월 30일~2월 5일) 15.8%에서 둘째주(2월 6~12일)엔 18.7%로 증가했다. 15일에는 27%까지 올라왔다.
이날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중증 환자 313명 가운데 60대 이상이 83%를 차지했다. 코로나로 목숨을 잃은 환자는 39명에 달했다. 사망자 대부분은 60대 이상 고위험군이었다. 80대 이상이 25명(64%)으로 가장 많았고 70대가 7명(18%), 60대가 3명(7%)으로 뒤를 이었다. 경기 부천시와 평택시, 충남 논산, 전북 전주, 전남 무안, 부산 등 전국 곳곳 요양시설·병원에서 집단감염으로 확진자가 쏟아졌다. 요양시설·병원은 고령에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많기 때문에 중증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요양시설·병원에서는 최근 4주건 총 121건, 3841명 확진자가 발생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오미크론 변이는 중증도가 델타 변이의 3분의 1~4분의 1 수준이라 중증으로 진행될 비율이 낮지만 전반적인 발생 규모가 커지면서 중증환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난 2년간 우리 의료체계가 코로나 대유행을 얼마나 잘 준비했느냐에 따라 피해의 정도가 달라질 것”이라며 “사실상 정부의 코로나 방역 조치는 종료됐기 때문에 당분간 개인이 스스로 대비하고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