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2년간 거리 두기를 조였다 풀기를 반복하면서 피로감만 올라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리 두기를 강화하는데도 국민 이동량이 늘어나는가 하면,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코로나 유행이 심각해지면서 국민 스스로 이동량을 줄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 모바일 자료에 따르면 2월 둘째 주(6~13일)에 거주 시·군·구를 30분 이상 벗어난 국민의 이동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5% 감소했다. 지난 1월 첫째 주(3~9일)에는 전년 동기 대비 이동량이 28.6% 많았지만, 둘째 주(16.8%), 셋째 주(13.0%), 2월 첫째 주(7.7%)에 지속적으로 줄어들다 마이너스 반전까지 된 것이다. 올 들어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 규제 완화와 무관하게 국민 스스로 이동량을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6~8명이던 사적 모임 제한을 작년 12월 중순부터 4명으로 한층 강화했지만 이 기간 이동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델타 변이에서 오미크론 변이로 넘어가던 지난 연말연시에 대유행을 앞두고도 국민 이동량이 일시적으로 코로나 이전 수준까지 근접할 정도로 올라갔다. 하지만 이어 올해 1월 17일부터 모임 인원을 6명으로 다소 완화했는데도 이동량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정부는 2020년 5월 3일부터 지난 4일까지 21개월간 거리 두기 조정을 총 45차례 발표했지만 실제 국민 이동량은 정부 기대와 따로 움직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거리 두기 완화 조치를 취해도 경제 활성화 효과는 그다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을 먼저 경험한 해외 주요국들에서는 지속적인 이동량 감소가 나타났다. 아워월드인데이터가 각국의 식당·카페·쇼핑몰 등 방문자를 집계한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유행이 정점을 찍고 확진자가 감소 추세인 미국·영국과 유행이 한창인 싱가포르·일본 등은 모두 팬데믹 이전 대비 이동량이 10~15% 이상 줄어든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국민 이동량이 큰 폭 늘어난 곳은 ‘위드 오미크론’을 선언한 덴마크 정도였다.
우리는 수도권 등 인구 밀집도가 높은데도 국민 이동량이 단기에 큰 폭으로 변화하는 편이며, 이는 오미크론 확산에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 나온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도 이동량이 줄어야 더 빠르게 유행 규모가 안정될 수 있다”며 “아무런 대책 없이 유행이 쉽게 잡힐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