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이 언제 올지, 어떻게 올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거리 두기 완화 사인을 내는 국가가 어디 있어요.” 정부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에서 활동해온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지난 16일 위원직을 전격 사임했다. 방역을 완화하면 안 된다는 전문가들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격한 표현을 써가며 정부가 오판을 하고 있다는 취지로 심경을 밝혔다. 이 교수는 17일 본지 통화에서 “현장 상황이 너무 심각한데, 정권 말이라 그런지 자문위원들 의견을 받아들이지도 않는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사라질 위원회라 자리를 비켜줄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그가 전한 현장 상황은 심각하다. “대학병원이든 요양병원이든 요양원이든 환자들 집단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종사자 감염도 늘고 있어 상당히 힘들다”면서 “앞으로는 현장을 돌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 정책은 메시지 전달이 중요한데, 왜 총리부터 시작해 방역을 풀겠다는 ‘밑밥’을 깔기 시작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안일한 상황 인식 때문에 “악화하는 게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거리 두기 완화 사인을 내니까 이전에는 왜 거리 두기를 풀지 않느냐고 비난했던 사람들까지도 의아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18일 공개하는 거리 두기 개편안에서 사적 모임 제한 인원은 지금처럼 6명으로 유지하지만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 시간은 오후 10시까지로 1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은 다음 달 13일까지 3주를 고심하고 있다. 당초 영업 시간 연장과 함께 사적 모임 인원을 6명에서 8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확진자 수가 9만명을 넘는 등 코로나 감염 상황이 심각해지자 이번에는 조정을 최소화하고 다음 달 대폭 완화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17일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오후 9시 현재 이미 10만명을 넘었다. 전날보다 동 시간대 기준 1만명 이상 많은 규모다.
이날 열린 코로나19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 조정안을 놓고 분과별로 입장차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가 참여하는 경제민생 분과 등에서는 거리 두기를 즉시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방역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방역의료 분과에서는 현재 코로나 유행이 확산세라 방역 조치를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련 기사 A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