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재택 치료를 받는데 열이 안 떨어져 당황했어요. 소아용 재택 치료 키트는 확진되고 3일이 돼가는데도 안 오더라고요.” 재택치료 중인 코로나 환자가 1주일 사이 2배로 크게 늘어나면서 온라인 공간에서는 “해열제와 감기약 같은 코로나 상비약을 미리 구비해 두라”는 재택 치료자들 경험담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약국과 편의점에서는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감기약·해열제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삼일제약은 “가정 내 상비약 수요가 급증함에 따라 어린이 해열진통제 판매량이 최근 3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약국 데이터 분석 서비스 케어인사이트 자료를 보면 시중 약국 감기약 매출이 2월 둘째 주에 전 주 대비 130% 증가했다.
상당수 약국은 자체적으로 해열진통제와 종합감기약, 기침가래약, 콧물 재채기약, 위장약 등 5~6가지 약을 ‘코로나 상비약 세트’로 묶어 팔고 있다. 약국에서 상비약 세트를 구입했다는 30대 여성은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 상비약도 구입 대란이 날 것 같아 미리 사뒀다”고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주요 제약사 감기약과 어린이 해열제 등은 평소 겨울철과 비교해 판매량이 2~3배가량 늘어나면서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사뒀던 (타이레놀 등) 아세트아미노펜 성분 해열제만으로는 고열이 금방 떨어지지 않아 고생했다. 특히 아이가 있다면 이부프로펜 약도 사두는 걸 권한다”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둘째 아이에 이어 첫째까지도 확진되니 약이 빠르게 줄어들어 마음이 급하다”며 “언제 코로나에 걸릴지 모르니 가족 수만큼 해열제를 준비해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7일부터 해열제 등이 포함된 재택 치료 키트를 원칙적으로 60세 이상 등 집중 관리군에게만 주고 있다. 키트 제공 대상이더라도 수령까지 며칠 걸려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소아 환자는 부모 요청 등이 있을 때 키트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집중관리군이 아닌 일반관리군은 증상이 심할 경우 지자체가 지정한 동네 병의원 등을 통해 비대면으로 의약품 처방을 받을 수 있다. 원래는 지자체나 보건소가 배달해주다가 지난 8일부터는 동거 가족 등 대리인을 통해 약국에서 약을 받아올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보건소에 수백 통 전화를 건 뒤에야 비대면 진료를 하는 병원을 안내받았다” “대신 약 받아줄 가족이 없어 겨우 심부름 대행 업체를 이용해 받을 수 있었다”는 재택 치료자들 후기가 올라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