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걸린 임신부가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상황이 속출하고 있다. 구급차·보건소에서 출산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에 감염된 산모의 병상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임신부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코로나가 확진돼 재택치료 중이던 광주의 한 임신부는 지난 15일 진통이 시작되자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구급대가 임신부를 병원으로 이송하려 했지만 받아주는 병원을 찾지 못했다. 코로나에 걸린 임신부가 이용할 수 있는 음압 분만실이 없다는 이유였다. 수소문 끝에 대학병원에 병상을 확보했지만 분만이 임박해 결국 구급차에서 출산이 이뤄졌다.
같은 날 경북 구미에서도 코로나 확진 임신부가 분만할 병원을 찾지 못해 보건소에서 출산했다. 이날 오전 진통을 느낀 임신부가 보건소를 통해서 분만이 가능한 대구·경북 지역 병원을 찾아봤지만 분만이 불가능하다는 답만 돌아왔다. 구급차에서 대기하던 중 출산이 임박했고 결국 이날 오후 보건소 임시 시설에서 아이를 출산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성명서를 내고 “오미크론 감염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에서 임신부는 코로나 백신 접종률이 낮아 위급한 상황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대응 체계가) 산모와 태아의 두 생명을 위험에 노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모가 길거리를 헤매지 않고 곧바로 갈 수 있는 지역 거점 분만의료기관을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확진된 임신부가 음압 수술을 받거나 분만할 수 있는 병상이 현재 82개 확보돼 있다”며 “이달 중 200개 병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장은 “병상 수를 늘리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확진된 산모를 분만 가능한 병상으로 연결해주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더 시급하다”며 “임신부 확진자 현황을 파악하고 분만 예정일이 임박한 임신부를 지역별로 분만 가능한 병원에 실시간으로 연결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