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소에 욕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어요. 목은 아픈 데 비상약이 없어 급한 대로 목캔디를 먹으면서 버텼습니다.”
박모(40)씨는 지난 13일 자녀, 아내와 함께 세 명 모두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보건소에선 확진 문자만 보내고 “그 뒤 아무런 안내 전화가 없어 불안했다”고 한다. 보건소에 30여 통 전화한 끝에 겨우 연락이 닿았으나 “알아서 잘하시라는 말만 들었다”고 했다. 그는 “무방비 상태에서 확진돼 갑자기 밖에 못 나가게 됐다. 미리 약을 구해 놓지 못한 게 한이 됐다”고 말했다.
재택치료자가 50만명에 육박하면서 곳곳에서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지자체 보건소들이 “현실적으로 모두 관리할 수 없다”고 인정할 정도다. 20일 기준 재택치료 환자는 47만여 명. 1월 초만 해도 2만명대에서 이달 들어 1일 8만명, 8일 16만명, 15일 26만명 등 매주 곱절 가까이 늘고 있다. 방역 당국 예상대로 확진자가 하루 17만명(3월 초), 24만~27만명(3월 중하순)씩 나오면 ‘재택치료 100만명’도 시간문제다.
재택치료를 하다 응급 상황이 생겨도 대응이 늦어 극단적인 사태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 18일 코로나에 확진된 생후 7개월 아기가 응급 이송 중 숨진 게 대표적이다. 아이가 위독하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는 빈 코로나 병상을 찾기 위해 인근 병원 11곳에 연락을 돌렸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다른 지역 병원으로 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숨진 것이다. 40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병상 문제라기보다는 응급의료 대응 체계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병상은 부족하지 않은데 119구조대와 병원들의 대응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119구급대원들은 “코로나 병상은 있어도 응급실 내 격리 병상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한다. 경기도 소방 당국 관계자는 “응급실 격리 병상을 40분 만에 잡은 것은 정말 빠르게 잡은 것”이라며 “방역 당국 브리핑이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고 했다. 실제로 당장 전국에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는 5곳, 소아전용 응급실은 3곳뿐이다.
지자체들은 손이 모자란다고 호소한다. 지난 19일엔 서울 관악구 50대 확진자가 집에서 홀로 재택치료를 하다 숨진 채 발견됐다. 방역 당국은 “보건소에서 연락을 계속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이렇게 확진자가 연락이 안 되면 문제가 생겼을 수 있기 때문에 보건소 담당자가 직접 방문해서 상태를 확인하는 게 정상이다. 서울 관악구청 관계자는 “워낙 확진자가 많아 그럴 여력이 부족하다”면서 “연락 안 되는 확진자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등 구체적 지침이 내려온 적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코로나 중환자는 매일 늘고 있다. 21일 기준 480명으로 전날보다 41명 늘었다. 지난 13일 300명을 넘어선 이후 일주일 만에 500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도 증가세다. 주별로 집계하면 2월 첫째 주 146명이었던 사망자는 둘째 주 187명, 셋째 주엔 309명으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이날 방역 당국은 모순되는 메시지를 내기도 했다. “병상은 충분하다”면서도 “의료대응 역량은 초과 상태”라고 했다. 전국적으로 의료대응 역량이 112%, 특히 비수도권은 170%라고 했다. 병상은 남아돌아도 의료진 부족 등으로 적절하게 의료적 대응을 할 수 있는 수준을 벌써 넘어섰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위중증이나 사망(숫자)에 크게 의미를 부여할 게 아니다”(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라고도 했다. 의료대응 역량이 왜 벌써부터 초과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하지 않고, 중증 환자와 사망자가 증가하는 현상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이런 식이라면 앞으로 손쓸 수 없는 사태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확진 후 재택치료를 담당하는 의료 기관 배정이 늦어지면 중증으로 진행되는 환자에 대한 대응이 늦어진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중환자나 사망자 숫자를 가볍게 봐선 안 된다. 현재 하루 확진자 10만명과 치명률 0.2%를 고려하면 하루 200명에 달하는 환자가 사망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