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유아·소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0~9세 연령대 코로나 사망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이들 연령대에 대한 재택치료 체계를 재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유아⋅소아는 아직 예방접종 대상이 아닌 데다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으로 성인처럼 ‘셀프 관리’를 해야 한다. 방역관리망 ‘사각지대’에 놓인 셈이란 지적이다.
지난 22일 코로나 확진 후 재택치료를 받던 생후 4개월 남자아이와 6세 여자아이가 잇따라 숨졌다. 생후 4개월 A(경기 수원)군은 지난 17일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재택치료를 받던 중 갑자기 숨을 쉬지 않아 119 신고를 거쳐 아주대병원으로 옮겼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같은 날 경북 예천군에서는 코로나에 확진된 B(6)양이 칠곡경북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오후 4시쯤 숨졌다. B양은 미열이 있어 검사를 받고 지난 1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기저질환은 없었고, 재택치료를 받다가 이틀 뒤인 20일 오후 가슴 통증을 호소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상태가 위중해 21일 다시 경북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지금까지 0~9세에서 코로나 사망자는 5명. 그중 4명이 지난해 12월 2명, 올 2월 2명 등 최근 집중됐다.
오미크론 확산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10세 미만에선 확진자 수가 많지 않고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드물었다. 이달 첫째 주만 해도 0~9세에서 10만명당 코로나 확진자는 일평균 68.2명이었다. 하지만 이달 셋째 주에는 282.8명까지 늘면서 2주 전보다 4배로 치솟았다. 누적으로도 0~9세 확진자는 24일 기준 28만9361명에 달하며, 인구 10만명당으로 따지면 7695명이다.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상태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은 “11세 이하 소아는 현재 예방접종 대상이 아니라 접종을 받지 않다 보니 오미크론에 대한 저항력이 약해 확진자 증가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영유아 접종 계획이 늦춰지면서 예견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5~11세용 화이자 백신 사용을 허가함에 따라 방역 당국은 3월 중 접종 계획을 내놓을 계획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작년 말 미국에서 영유아 접종을 시작했을 때 우리도 접종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는데 아무 조치가 없었다”며 “영유아 확진자가 늘고 사망 사례가 나오니 이제야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접종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는 “3월에 바로 접종을 시작한다고 해도 2차 접종까지 고려하면 빨라야 5주 후 효과가 나타난다”며 “이미 정점으로 치닫는 오미크론 피해를 막기엔 늦었다”고 말했다.
영유아와 소아는 기저질환이 없으면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되는 탓에 증상이 악화된 뒤에야 처치를 받게 된다는 점이 문제다. 경기도에 사는 강모(38)씨는 “최근 일곱 살과 세 살인 아이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고 고열과 몸살·오한 증상을 보였다”며 “둘째는 어려서 말을 잘 못하다 보니 정확한 증상을 알 수가 없어 1시간마다 체온을 쟀지만, 의사가 아니다 보니 아이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어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영유아는 집중 관리가 필요한데 집중관리군에 포함을 시키지 않다보니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는 “영유아는 부모가 동네 의원에 전화해 비대면 진료를 받아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소아과 전문의와 연결이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며 “소아과 전문의에게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거점 소아 의료기관 병상을 864개까지 확대하고 입원이 필요한 소아 관리도 (의료기관) 18곳에서 하도록 하겠다”며 “소아 전문 응급의료센터도 현재 3곳에서 더 늘리고, 재택치료를 받는 소아는 주간에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야간에는 소아상담센터가 관리해 필요 시 바로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 일 신규 확진자는 24일 오후 11시 현재 16만명을 넘어서 최종 17만명 안팎을 기록할 전망이다. 22~23일 연속 17만명대를 기록한 데 이어 또다시 16만명 이상을 기록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