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오미크론 확산세에도 정부가 “엔데믹(풍토병) 관리 체계로 전환하기 시작한 초입 단계” “(대유행의) 출구 전략을 준비할 것” 등 연일 낙관적인 메시지를 내놓자 전문가들은 “우리는 아직 코로나 ‘팬데믹’ 속에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점점 차오르는 중환자 병동, 아직도 삐그덕거리는 재택치료 시스템, 의료진 확진자 증가 등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의료 현장에선 엔데믹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24일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기자 간담회에서 “3월 중순 정점을 지나 확산세가 감소세로 전환되면 일상 회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중증화율이나 사망률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거리 두기 개편 등의 ‘출구 전략’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유행의 정점에 이르지 않았는데 정부가 ‘엔데믹’ ‘일상 회복’ 등을 반복적으로 언급해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권 장관은 “(정점을 찍은 다음 감소 추세를 보이는) 오미크론 특성에 맞게 대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당국의 섣부른 방역 완화 신호에 현재 폭증하는 확진자 숫자가 예상보다 많은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로 이어지고, 의료 체계까지 마비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는 확진자가 정점을 찍고 본격적으로 내려올 때까진 방역 완화 메시지를 던지면 안 된다”며 “정점을 찍고 내려오려면 최소 3주는 더 걸린다”고 지적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장밋빛 전망만 조명하고 있다”며 “병실도 아닌 환자 자택과 길바닥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고, 의료 현장에선 중환자 대응 인력이 부족해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현재 중환자 숫자는 사망자가 대거 발생했던 작년 12월의 상황과 유사하다”며 “정부는 앞으로 몇 주 동안은 상황이 계속 나빠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원치 않는 사망이 늘 수밖에 없단 메시지를 국민들에게 전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라디오에 출연해 “적어도 위기는 위기라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며 “지금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괜찮다’고 이야기해서 유행을 부추길 필요가 없다”고 비판했다.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에선 집단감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병원에선 잇따른 의료진 확진에 축소 진료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등 현장 상황은 악화 중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