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량진에 사는 A씨는 24일 오전 신속항원검사에서 코로나 양성이 나오자 선별진료소에서 PCR(유전자증폭) 검사를 받았다. 다음 날이면 결과가 나와 격리를 하든 일상으로 돌아가든 결정을 할 텐데 보건소로부터 “(최근) 검사자 수와 양성자 수 증가로 검사가 48시간 내에 완료되지 않아 결과 통보가 늦어지고 있다”는 문자만 받았다. 성동구 금호동에 사는 B씨는 지난주 PCR 검사를 받았는데 아무런 (양성) 문자 통보가 없다가 사흘 뒤 재택치료용 키트만 왔다. ‘양성인가 보네’ 짐작하고 스스로 검사 시점에서 7일간 격리를 한 뒤 해제했다. 그런데 나중에 서울시에 확인해보니 격리 지침보다 하루 일찍 해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소에서 아무 통보가 없다 보니 벌어진 소동이다. 부천시 한 동네 의원에서 PCR 검사를 받고 확진된 환자는 이틀 동안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을 수 없었다. 보건소에 검사 결과를 통보했지만 다음 날까지 시스템 등록이 안 돼 처방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확진자 등록 후엔 관내 약국에 약 재고가 없다는 답을 받았다.
“방역 상황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정부 발표와 달리 현장 곳곳에선 위태로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보건소에서 PCR 검사를 받고도 2~3일 넘게 결과가 나오지 않아 대기 중” “(보건소는) 전화도 안 받는다”면서 불만을 터뜨리는 검사자들이 늘고 있다. 전에는 PCR 검사 결과를 보통 다음 날 오전 통보했지만 최근 검사량이 폭증하면서 2~3일씩 지연되는 일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확진 판정이 늦어지면서 예비 확진자가 통제 없이 돌아다니는 일도 벌어진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치료가 필요한 코로나 환자가 확진 판정이 날 때까지 먹는 치료제를 처방받지 못해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PCR검사 건수는 지난 22~24일 하루 83만~88만건을 기록했다. 방역 당국이 가늠한 최대 하루 검사 역량 85만건을 이미 넘어서는 중이다. 박영준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팀장은 이날 “확진자가 급증하는 단계마다 (검사 역량이) 한계치에 도달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전문가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3월 중순에 하루 확진자 25만명 내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름 뒤쯤 확진자가 지금보다 10만명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검사 지연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작년 말에 이미 오미크론 유행과 확진자 폭증이 예견됐는데 미리 대응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은미 교수는 “싱가포르 등처럼 PCR 검사뿐 아니라 신속항원검사 결과도 확진 판정 수단으로 인정해 신속하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일부 방역 지침은 완화하고 일부는 유지·강화해 방역 정책이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방역 당국은 보건소 업무 과부하를 이유로 역학 조사를 ‘셀프’로 바꾸고 60세 미만은 신속항원검사 양성인 경우에만 PCR 검사를 받도록 한 데 이어, 이날 미접종자를 포함한 확진자 동거 가족에 대한 관리를 수동 감시로 전환하는 등 방역 지침을 연이어 완화하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접종자는 확진 여부를 빨리 진단하고 조치하는 것이 중요한데 수동 감시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위험에 빠지도록 방치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반면 미접종자 보호를 이유로 방역 패스는 유지하고 있어 방역 정책 자체가 모순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부터는 방역 패스가 해제된 학원·독서실에 대해 밀집도 제한 조치 위반 시 과태료도 물린다. 김부겸 총리는 이날 “의료, 교통, 교육, 치안 등 사회 필수 기능이 흔들림 없이 작동하고 있다”고 했고,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MBC 라디오에 출연해 “정부를 신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지금 정부가 내뱉는 말들은 위기를 직시하지 않고 회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이 원하는 건 아플 때 제때 치료받을 수 있고, 영유아가 재택치료 중 사망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