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달 1일부터 식당·카페 등 다중이용시설에서 방역패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28일 밝혔다. 작년 11월 도입된 지 120일 만이다. 정부는 그간 “중증과 사망 최소화를 위해 방역패스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지난 23일 대구지법이 60세 미만 대구 시민에 대해선 방역패스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을 내렸을 때도 정부는 “적절하지 않다”며 항고 의사를 밝혔지만 닷새 만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전해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2차장(행정안전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모두발언을 통해 “오미크론의 특성을 고려한 방역체계 개편과 연령별·지역별 형평성 문제 등을 고려해 내일부터 식당·카페 등 11종의 다중이용시설 전체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을 일시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전 장관은 “방역패스 제도는 치명률이 높았던 델타변이 유행상황에서 접종완료자의 일상회복 지원과 미접종자 보호를 위해 도입·운영돼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파력이 강하고 중증화율·치명률은 낮은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되면서 유행 양상이 달라졌기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보건소에서 방역패스용 음성확인서 발급에 많은 인력과 자원이 투입되는 점도 고려됐다.
방역패스는 미접종자가 고위험 시설에 출입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동시에 미접종자 중 백신 접종이 가능한 사람은 접종하도록 반강제하는 두 가지 취지가 있다. 1년 이상 진행된 코로나 백신 예방접종으로 전 국민의 90% 이상이 접종을 받았지만, 10% 미만 미접종자가 전체 위중증 환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다른 방역조치들은 완화하면서도 방역패스는 계속 더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혀왔다. 지난 18일 중대본은 방역패스의 경우 오미크론 유행 정점이 지난 뒤 조정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대구지법에서 60세 미만 시민에 대해 방역패스 효력정지 판단이 나온 뒤에도 정부는 항고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감염 위험도가 높은 시설이 식당·카페이고 현장에서 60세 미만을 분간하기도 어렵다”며 “전국적 중단 계획은 없다”고 했다.
아직 유행이 안정화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방역패스 중단을 결정한 배경에는 끊임없는 방역패스에 대한 반발과 소송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청소년 방역패스의 경우 서울과 경기, 대전, 인천, 충북 등 일부 지역에서 효력정지 결정이 내려졌고, ‘60세’라는 연령 기준을 건 대구지법 판결까지 나온 상황에서, 지역별·연령별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각에선 수일 전까지 방역패스 필요성을 거론해오던 정부가 돌연 지침을 바꾼 데 대해 국민들에게 일관된 방역 메시지를 주지 못해 혼란을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나온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번 정부 지침을 놓고 “선거 한주 앞두고 갑자기 태세전환하나” “국민의 자유성까지 억압하면서 얻은 게 대체 뭔가” “‘정치 방역’이었음을 증명한 것” 같은 비판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