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소아전용' 의료상담센터인 서울 서초구 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에서 송종근 대표원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택치료 중인 소아의 보호자와 통화하며 비대면진료를 하고 있다./뉴스1

가족이 코로나에 잇따라 감염돼 재택치료 중이던 주부 A씨는 돌쟁이 아기가 체온이 39.5도까지 오르고 몸이 늘어지자 급히 소아과 병원에 비대면 진료를 요청했다. 소아과에서는 “아이를 대면진료할 수 없으니 일단 119 구급차를 타라”고 했고, A씨는 119 구급대, 재택치료 상담센터, 비대면 진료 병원을 거쳐 2시간 만에야 간신히 아기와 구급차에 탈 수 있었다. A씨는 “평소 같으면 동네 소아과 가서 주사 맞고 쉬면 될 일을 코로나일지 모른다는 이유로 펄펄 열 끓는 아기를 안고 집에서 발만 동동 굴렀다”면서 “혹시 아기가 잘못될까봐 속이 타들어 갔다”고 말했다.

만 3세 이하 영유아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다. 28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지난 1월 4510명이던 0~3세 환자는 2월 5만9071명으로 13배 폭증했다. 만 18세 이하 확진자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입원 환자 수도 18세 이하는 2월 3137명으로 1월(3091명) 대비 소폭 늘었지만, 0~3세 입원 환자는 같은 기간 약 2배(482명→974명) 증가했다. 0~3세 위중증 환자는 2월 기준 7명으로, 만 18세 이하 위중증 환자(20명)의 35%를 차지했다. 이날 기준 0~9세 인구 10만명당 누적 확진자는 9905명으로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이처럼 영유아·소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재택치료를 받던 생후 4개월 남자아이와 6세 여자아이가 잇따라 숨지는 등 사고가 이어지자 방역 당국은 뒤늦게 “소아 환자는 비대면 진료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영유아·소아 재택치료 체계를 대면 외래 진료 중심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만 3세 이하 영유아는 예방 접종 대상이 아니다. 아프더라도 표현을 하기 쉽지 않아 방역 당국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도 그동안 “아기는 축 늘어지거나 아예 밥을 안 먹거나 기침을 하거나 토하고 설사하기만 해 너무 불안하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영유아들은 일반 성인과 같이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돼 집에서 ‘셀프 관리’를 하고 있다. 이들은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야 하는 사회 약자 그룹인데, 중증으로 악화하거나 사망하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사실상 ‘의료 사각(死角)지대’에 놓여 있었던 셈이다.

실제 의사들은 “오미크론이 급속히 퍼지면서 영유아 중 조금만 병원에 늦게 왔어도 큰일 났겠다 싶은 경우들이 꽤 있다”고 입을 모은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오미크론 증세가 약하다고 하지만 성인보다 면역력이 떨어지고 예방접종도 안 받은 영유아는 열·기침·탈수 등 증상이 급작스럽게 심해져 병원에 오곤 한다”며 “치료가 조금만 늦어지면 열성 경련이나 호흡 곤란으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데, 이런 경우 소아과 의사가 직접 아기를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기들에게 의사가 전화나 인터넷으로 진료를 보는 비대면 방식은 적합하지 않은 대책이라는 것이다. 소아과 의사들은 “재택치료 중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아이 몸이 축 처지며 늘어지는 건 위험 신호”라며 “특히 아이가 개 짖는 소리처럼 ‘컹컹’ 소리를 내며 기침을 하고 숨을 쉬기 힘들어하는 경우엔 급성 후두염, 숨이 차면서 기관지가 좁아져 ‘색색’ 소리를 낸다면 천식 발작을 의심해 봐야 한다. 두 증상은 대처가 늦으면 호흡이 어려워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소아청소년과 전문의)도 “건강한 소아에게서는 사망이나 중환자 발생이 많지 않으니 코로나를 너무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다만 해열제를 먹어도 열이 떨어지지 않고 힘이 없어 처지는 경우, 호흡 곤란이 있거나 가슴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는 꼭 의사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서울 서초구 연세곰돌이소아청소년과의원 송종근 원장은 “아기가 잘 안 먹으려고 하면 목이 아파서 그럴 수 있으니 재택치료 상담해주는 의사에게 목 안쪽 사진을 찍어 전송하거나 전화로 아기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좋다”며 “부모도 체온 체크보다는 아기가 호흡이 잘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하고, 특히 후두염은 낮보다는 밤에 심각해지니 (증상이 있다면) 낮에 미리 후두염 약을 타서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