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한 대학 병원에서 폐렴으로 입원 중이던 60대와 70대 환자가 코로나에 잇달아 감염돼 숨졌다. 두 환자 모두 치료를 받고 폐렴 증세가 좋아져 퇴원을 앞두고 있었는데, 병원 내에서 코로나에 감염됐다. 확진 후 일주일 만에 상태가 악화되면서 사망까지 이르렀다. 담당의는 “확진 즉시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투약해 증세가 악화되는 걸 막아보려 했지만 우리 병원에서는 팍스로비드를 처방하지 못한다”면서 “필요한 환자에게 제때 치료제를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은 허점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가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을 재택치료자와 생활치료센터, 감염병전담병원 입소자 등으로 제한해 놓았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의 한 약국에서 코로나19 먹는(경구용)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판매하고 있다. /뉴스1

◇”기저질환자인데도 처방 못 해”

팍스로비드 4만1000명분이 지난달 27일 국내에 추가 도입됐지만 현장에선 품귀 현상이 여전하다. 공급에 제한을 두면서 처방 기관 등이 한정된 탓에 필요한 환자에게 쓰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후 5일 내에 복용할 경우 입원과 사망 확률이 85% 낮아지고 4일 이내면 89%까지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코로나 감염 대응 과정에서 ‘1차 방어선’인 백신과 더불어 고위험군 중증화나 사망을 막는 ‘2차 저지선’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저질환자라도 팍스로비드 처방을 받지 못하는 사각(死角)지대가 생기고 있어 문제다. 팍스로비드는 도입 초기 재택치료자와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이후 요양병원·시설, 감염병전담병원, 호흡기 클리닉 등으로 처방 기관이 확대됐다. 그런데 대학 병원은 해당하지 않는다. 팍스로비드는 중증화되기 전에 처방해야 효과가 있는데 대학병원은 이미 코로나 중증환자가 가는 곳이라 제외된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병원 내 감염이 빈발하면서 이 같은 지침이 역으로 작용하고 있다. 입원 환자가 병원에서 코로나에 걸리고 이에 따라 기저질환이 악화하면서 사망에 이르는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입원 환자가 코로나에 걸리면 코로나 주사제인 렘데시비르 등을 쓰긴 하지만 초기에 중증화를 막는 데 효과가 입증된 팍스로비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도 “다른 질환으로 입원해 있다가 코로나에 걸린 경우는 감염 초기이므로 팍스로비드 투약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약국에 전화 돌렸는데 “약 없다”

팍스로비드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일 “우리 병원이 있는 지자체에 팍스로비드가 품절이라고 해서 처방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전했다. 부천시 한 병원 원장은 “지역 내 약국에 전화를 돌렸는데 모두 재고가 없다고 해 처방을 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대구시 수성구에 살고 있는 이모(63)씨 부부의 경우, 지난달 22일 확진된 남편은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았지만 하루 뒤 확진된 아내는 받지 못했다. 재택치료 관리 의료기관으로부터 “보건소에 확인해보니 28일은 돼야 팍스로비드 물량이 들어와 (지금은) 처방이 불가능하다”는 답을 받았다.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에 먹어야 효과가 있는데 5일 뒤에 약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씨는 증상이 더 안 좋았던 아내에게 팍스로비드를 줬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전에 사용했던 코로나 항체 치료제는 전국에 몇 곳 없는 대형 병원으로 바로 공급이 됐는데, 팍스로비드는 병원이 아닌 지자체마다 여러 개씩 있는 약국을 거치게 되면서 공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 같다”며 “더 효율적으로 약을 공급할 수 있는 방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전국 600여 곳 약국에 비치하다 보니 지역마다 사정이 달라 부족한 곳이 생긴다”며 “병원에서 원스톱으로 확진 즉시 처방해 약을 내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쓰던 항체치료제 렉키로나주는 오미크론에는 효과가 없다고 알려지면서 공급이 중단된 상태다.

코로나 중환자 치료에 쓰이는 주사제 렘데시비르도 의료 기관마다 재고가 넉넉하지 않은 것도 불안 요소다. 중환자가 빠르게 늘어나는데 수급이 불안정하면 투입 시기를 놓치면서 증세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