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우리나라에서 신규 코로나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지난 7일간 누적 확진자 수가 세계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3일 오후 10시 기준 신규 확진자는 24만6000여 명으로 종전 일일 최대 기록이었던 21만9241명을 이미 넘어섰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망자 규모가 보통 2~3주 전 확진자 규모를 반영하는 것을 감안하면 3월 말쯤엔 하루 평균 사망자가 지금보다 3배 많은 300명 이상, 최대 400~500명까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5월까지 총 1만5000명에서 2만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3일 WHO(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지난달 24일부터 3월 2일까지 집계한 신규 코로나 누적 확진자 수는 우리나라가 116만3514명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하루 평균 16만6200여 명꼴이다.
한때 전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 1위를 차지했던 독일(1주일 누적 108만1677명)은 2위로 내려갔고, 이어 러시아(79만7254명), 베트남(66만7377명), 브라질(54만2069명)이 뒤를 이었다. 반면 지난 1월 오미크론 유행이 먼저 휩쓸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 수를 기록했던 미국은 1주일간 47만5659명이 확진돼 6위였다. 이밖에 일본은 46만706명으로 8위, 영국은 21만527명으로 13위 등이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만명당 확진자 수(3319명)도 인구가 일정 규모(1000만명 이상)인 국가 중에서 1위다. 독일(1570명)은 물론 프랑스(788.5명), 영국(622.4명)보다 훨씬 많다. 3일 방역 당국이 집계한 코로나 양성률은 51.3%로, 선별진료소에 PCR 검사를 받으러 온 사람 2명 중 1명이 확진됐다.
문제는 코로나 확진자 수가 세계 최다 수준으로 쏟아지면서 사망자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그동안 방역 당국이 “오미크론은 치명률이 델타보다 낮다”, “우리나라의 위중증·사망자 수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해왔지만, 몇 주 뒤엔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코로나 사망자 수는 연일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3일 0시 기준 코로나 사망자 수는 128명으로 2020년 1월 코로나 유행 이후 가장 많았고, 병원에 입원 중인 위중증 환자 수도 766명으로 델타 유행 이후 최다였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코로나 사망자 증가율은 2일 기준 전주 대비 56.3%, 2주 전 대비 173%로 OECD 1~2위 수준이다.
정재훈 가천대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 당국이 준비하고 있는 중증병상 수 2500개는 지금은 충분해 보일지 몰라도 중환자 수가 정점에 도달한 순간에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더 준비할 수 있는 병상이 존재하기 어렵기 때문에 3~4월은 중환자 병상을 운영하는 데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했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방역 당국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날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지난주와 대비해 볼 때 확진자 증가율 자체가 계속 더블링(2배)되고 있던 상황에서 둔화되고 있다”며 “이번 주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정점으로 가고 있는 건지 아닌지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