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가볍게 앓았더라도 후각과 기억력과 관련 있는 뇌조직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그웨나엘 두오드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7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영국 건강 연구 프로젝트인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참가한 51~81세 영국인 785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뇌 자기공명영상(MRI)을 두 번 촬영해 비교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상자 가운데 401명은 두 번의 뇌 영상 촬영 사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연구팀은 코로나 감염 전과 감염 후 4~5개월이 지났을 때 이들의 뇌 영상 변화를 살피고, 이를 비슷한 연령, 건강 상태, 사회경제적 배경 등을 가진 비감염자들과 비교했다.

연구 결과, 코로나 감염자는 기억력·후각을 담당하는 ‘해마곁이랑’과 인지 정보와 감정 정보를 통합하는 ‘안와전두피질’ 등 여러 뇌 부위에서 회백질(뇌에서 신경세포가 모여 있어 회색으로 보이는 부분) 양이 비감염자보다 많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한 중년의 경우 매년 0.2~0.3% 감소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확진자들은 회백질이 1.3~1.8%까지 감소했다.

회백질 양뿐만 아니라 확진자들의 전반적인 뇌 크기도 더 작아지고, 후각 수용기에서 나오는 신호를 받아들이는 후각 피질의 조직도 손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후각 상실로 감각이 약해질 경우, 퇴행성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뇌 조직의 손상 증상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거나 입원할 정도로 중증이었던 확진자들에게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긴 했다. 하지만 연구진은 “중증 환자뿐만 아니라 경증 환자들까지 뇌에 변화가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계에선 시간이 흐르면서 후각을 회복할 경우 뇌 변화가 줄어들 수도 있어 뇌 변화가 영구적인지 확인하기 위해선 추가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