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에다 모래를 한 사발 쏟아부은 느낌이었어요. 감기에 걸려 목이 아팠을 때랑은 차원이 달라요. 이틀을 목이 아파서 못 잤습니다.” 최근 코로나 오미크론 바이러스 감염으로 치료를 받았던 서울 강서구 김모(27)씨 얘기다.

방역 당국이 연일 “오미크론이 계절독감과 유사하다”는 식으로 설명을 내놓자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계절독감과 비교해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유행 규모와 확진자·사망자 수, 실제 겪는 통증과 후유증 등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학교로 간 이동형 PCR 검사소… 코 안 쑤셔도 돼요 - 16일 대전 유성구 지족고등학교에 설치된 이동형 PCR 검사소에서 학생들이 코로나 검사를 받고 있다. 학교 PCR 검사에서는 코를 통한 비인두도말이 아닌 목구멍 쪽 구인두도말 검체 채취가 허용됐다. /신현종 기자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사회전략반장은 지난 15일 “최근 4주간 오미크론 치명률은 0.1%보다 낮게 나오고 있어, 단기 치명률은 현재 계절독감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달부터 당국이 꾸준히 언급하던 내용이다. 지난달 23일에도 당국은 “오미크론 치명률은 백신 3차 접종까지 완료했을 때 0.08%로, 계절독감(0.05~0.1%)과 비슷한 수준이 된다”고 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도 16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1급으로 지정된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변화된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의료계와 함께 논의해달라”고 밝혔다. 앞으로 현 상황을 계절독감처럼 관리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이런 기조에 맞춰 오는 21일부턴 ‘8인 모임·밤 12시’의 완화된 거리 두기가 적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의료 현장에선 이 같은 ‘계절독감론’을 반박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미크론이 전파력이 높다 보니 피해 규모가 전보다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에 따르면 계절독감은 한 해 동안 전 인구 중 10%에서 발병하고, 발병 환자 중 1%가 입원한다. 입원 환자 중 약 10%가 사망한다고 가정했을 때, 국내 사망자 수는 5000명 정도다. 오미크론은 지난 두 달간 650만명이 감염됐고, 같은 기간 4600명이 사망했다. 감염자와 사망자 수는 계속 늘고 있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오미크론과 독감을) 단순히 치명률로만 비교해선 안 되고 전파력에 따른 전체적 부담, 그리고 치료에 필요한 자원들까지 같이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는) 독감의 치명률과 비교하는 말도 안 되는 말장난을 그만해야 한다”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오미크론의 전파력은 독감의 5~10배”라고 했다.

실제로 코로나 재택치료 환자들 사이에선 “감기와는 비교할 수 없이 아프다”는 호소가 많다. 서울 서대문구 정모(32)씨는 “고열과 근육통, 코막힘과 재채기가 함께 시작돼 사흘 정도는 거의 누워 있었다”며 “몸이 처지고 낮잠이 쏟아졌다가, 밥맛도 없고 냄새도 안 느껴져 고생했다. 감기와는 차원이 다른데 정부에서 자꾸 감기라고 강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 직장인 김모(여·29)씨는 “확진 판정을 받고 사흘째엔 목소리가 안 나와서 성대가 없어진 줄 알았다”고 전했다. 서울 성북구 이모(32)씨는 “독감에도 걸려본 적 없는 강골인데 오미크론에 걸려 고생했다”며 “목이 너무 아파서 잘 때 무의식중에 침을 삼킬 때마다 깨게 된다”고 했다.

후유증도 독감과는 비교할 수준이 아니란 평가도 나온다. 지난달 중순 코로나에 확진됐던 광주 남구 주부 이모(여·52)씨는 “격리 해제가 되고 코로나는 나았는데 평소에 안 좋았던 부분들이 한꺼번에 아프기 시작했다”며 “피부 습진, 입술 물집 등으로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탄, 포천, 광양, 창원, 이천 등 전국 맘카페에선 “오미크론에 걸리고 나서 만성 허기짐, 무기력증, 모공 각화증, 설사, 지루성 두피염 등이 생겼다”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처럼 코로나 발병 후 3개월 이내 나타나 2개월 안팎으로 지속되는 건강 문제를 ‘롱 코비드(Long Covid)’라 정의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최근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신체와 인지(認知)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며 “정부가 오미크론 별것 아니라는 식으로 자꾸 분위기를 몰아가는 바람에 후유증 환자들이 제대로 케어 받지 못하고 있는데,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하고 재활 클리닉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욱 부연구위원은 “치명률이 낮으니까, 중환자 병상에 여유가 있으니까, 어차피 다 걸려야 끝나니까, 걸리면 마음이 편하니까라는 이유들로 (정부가) 감염 통제에 손을 놓고 있는 동안 ‘결코 약하지 않은’ 오미크론이 ‘가장 취약한’ 계층까지 파고들었다”며 “당국은 질병의 위험은 축소하고 위험 수용 능력은 과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