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0시 기준 코로나 하루 신규 사망자는 429명이 나왔다. 지금껏 역대 최다였던 지난 15일 293명과 비교하면 1.5배 급증한 규모다. ‘사망자 쇼크’로 불릴 만한 숫자다. 한 달 전(2월 17일) 36명의 10배가 넘는다. 누적 사망자는 1만1481명으로 30%가량이 지난 2주 사이 발생했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국의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 사망자 수는 8.36명이다. 미국(5.84명), 영국(2.24명), 프랑스(2.57명), 독일(3.31명) 등 주요 국가들보다 훨씬 높다.
전문가들은 연일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최재욱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는 오미크론 위중증률이 계절독감보다 낮다며 ‘관리 가능하다’고 안심시키는데 확진자 숫자가 워낙 많아 상대적으로 중환자 비율이 적어 보이는 착시 효과”라면서 “사망자가 급증하는 데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해선 안 된다”고 했다.
의료 현장은 총체적 난국이다. “코로나에 걸린 8세 아들이 고열에 피를 토하며 쓰러졌지만 응급실 입구에서 거절당했다. 코로나 환자이기 때문에 치료해줄 수 없다더라” “재택 치료 중인데 밤에 인후통과 발열이 너무 심해져 24시간 상담센터와 보건소 등 6곳에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결조차 안 된다”는 증언이 밀려든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밤이 되면 사실상 무의촌(의사나 의료기관이 없는 의료 취약 지역)이 되는 대한민국”이라며 “정부가 병상 배정권만 틀어쥐고 감염 예방이나 환자 관리 등은 손 놓아버려서 국민은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의사는 책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도 성남에 사는 권모(67)씨는 “초등학생 손자가 코로나에 걸려 동네 약국에 갔는데 콜대원이나 챔프 같은 어린이 감기약은 물론, 코푸시럽도 아무리 돌아다녀도 살 수가 없었다”고 전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장에선 병상 가동률이 70~80%만 되어도 아비규환이 되는데, 현재 병상 가동률은 65%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괜찮다는 건 정부의 숫자 놀이에 불과하다”며 “심지어 지금 가동률도 사망자가 다수 발생하면서 중환자실이 비게 돼 유지되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는 “420여 명 사망자 또한 2주 전 15만~20만명 확진자 중 고령층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지금 62만명 확진자가 나오고 있고 이 중 상당수가 고령층이니 2~3주 뒤엔 사망자가 2배 이상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가 의료 체계가 안정적이라고 말하는 건 현장을 도외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7일 현재 재택 치료자 또한 192만5759명으로 20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그 가운데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된 환자는 28만5070명이다. 마상혁 부회장은 “정말 필요할 땐 연락도 제대로 안 되는, 재택 치료가 아닌 사실상 ‘재택 방치’ ‘재택 감금’”이라며 “지금 한국은 코로나 무정부 상태나 마찬가지로 ‘이렇게 방역을 하면 절대 안 된다’는 역설적 교훈을 우리 정부가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