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유행이 확산하면서 사망자가 연일 폭증하고 있지만, 중증 환자는 사망자보다 더딘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사망자는 델타 유행 당시 최고치의 3배 이상까지 늘었는데, 중증 환자는 델타 유행 시기와 비슷한 1100~1200명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통상 중증 환자가 먼저 늘고 1~2주 시차를 두고 사망자가 뒤따라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상한 현상”이라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방역 당국은 이러한 지표를 근거로 “중증 환자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중증 환자를 일찍 다른 병상으로 옮겨 중증 환자 수를 적게 보이게 만드는 일종의 ‘통계 분식’ 아니냐”는 것이다.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이송하고 있다./뉴스1

방역 당국에 따르면, 코로나 사망자는 지난달 17일 36명에서 3월 17일 429명으로 12배 가까이로 폭증했다. 코로나 일일 사망자는 델타 유행 당시인 지난해 12월 23일 109명이 최고치였지만, 오미크론이 확산하면서 지난달 26일(112명) 역대 최다를 경신했고 이후 연일 최다 사망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반면 중증 환자 수는 같은 기간 389명에서 1159명으로 2.9배 정도로 늘었고, 역대 최다 수치도 2주 늦은 3월 14일쯤 넘어섰다. 사망자가 델타 기록을 처음 넘어선 2월 26일에도 중증 환자 수는 600명대로 델타 유행 당시 규모의 절반에 불과했다.

주간 발생 추이를 봐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 사망 발생률은 2월 셋째 주 0.6명에서 3월 둘째 주 2.61명으로 4.4배로 늘어난 데 반해, 병원에 입원 중인 중증 환자 발생률은 이보다 적은 0.66명에서 2명으로 약 3배로 늘었다.

국내 주간 평균 사망자 수 추이

이런 차이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병상 밖 사망자가 폭증하고 있는 데다, 코로나 전담 중환자실 재원 기간을 20일로 제한하는 정부 방침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12월 델타 유행으로 중증 환자 수가 폭증하고 중환자 병상 가동률이 80% 이상까지 차오르자 정부가 “코로나 중환자라도 증상이 나타난 지 20일이 지나면 격리 해제해 코로나 전담 병상에서 퇴원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려 중증 환자 수가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덜 집계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현재 정부 통계에 잡히는 중증 환자는 고유량(high flow) 산소 요법, 인공호흡기, 에크모 등을 달고 중환자 병상에서 격리 치료 중인 환자다. 여기에 정부는 지난달 9일부터 검체 채취일부터 7일이 지난 코로나 입원 환자도 일반 병실로 옮기도록 하고 있다. 사망자와 중증 환자가 폭증하고 있지만, 17일 중증 병상 가동률은 65.6%, 준중증 병상 가동률은 72.3%이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중증 단계를 건너뛰고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미 위중한 상태에서 감염이 확인되고, 연명 소생을 포기한 경우는 중증 사례로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환자들을 20일 지나 일반 병실로 옮기면 중환자 가동률이 여유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병상 가동률을 낮추려 실재하는 중환자를 제대로 집계하지 않는 것은 현실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교수는 “재택 치료 기간이나 격리 해제 후 갑자기 상태가 악화해 사망하는 사람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확진자가 60만명을 넘어선 상황이라 다음 주 후반부터는 중증, 사망자 수가 폭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