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가 쏟아지면서 화장장이 부족해지자 예약이 밀리고 장례 현장에서는 안치 공간이 꽉 차 애를 먹고 있다. 3일장을 끝낸 유족들이 화장 전까지 시신을 1~3일간 추가로 안치실에 보관하는데 적체가 이어지는 것이다. 시신 보관용 냉장고가 모자라 시신을 모신 관을 실온에 내놓고, 유족들은 시신을 보관할 수 있는 장례식장을 찾아 수십통씩 전화를 돌리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망자 급증으로 인해 화장시설이 부족해지고 있는 가운데 17일 오후 경기도의 한 화장장으로 유족들이 들어가고 있다./뉴스1

지난 10일 경기도 한 장례식장에선 만 하루 동안 입관을 끝낸 시신 한 구를 냉장고 밖에 놔둬야 했다. 안치실 보관용 냉장고는 9구를 보관할 수 있는데 화장터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3일장을 끝내고도 화장을 못 한 시신이 3구나 됐기 때문이다. 이곳 관계자는 “장례식장마다 안치실 자리가 부족해 난리”라며 “빈소가 비더라도 안치실이 차 있으면 새 손님도 받을 수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안치실이 꽉 찬 장례식장이 늘다 보니 시신 안치와 장례를 서로 다른 곳에서 하기도 한다. 지난 16일 인천에서 사망한 정모(68)씨 시신은 하루 동안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에서 6㎞ 떨어진 다른 병원 안치실로 옮겨졌다. 장례지도사인 이종우 을지대병원장례식장 사무장은 “안치와 장례를 같은 장례식장에서 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지방으로 ‘원정 화장’ ‘원정 장례’를 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서울에서 사망한 코로나 환자 A씨는 숨진 뒤 하루 지난 뒤에야 ‘국가재난대비 지정 장례식장’ 한 곳에 안치될 수 있었다. 인근 장례식장에는 여유 공간이 없었던 데다 코로나 사망자라고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성모병원엔 최근 “빈소 마련이나 시신 안치가 가능하냐”는 문의 전화가 매일 6~7통씩 쏟아진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은 “화장장 가동 시간을 늘렸다고 하지만 그만큼 사망자가 더 늘고 있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역의 화장터에선 다른 지역 시신의 화장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적 재난 상황인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빨리 만들어 고인의 존엄성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17일 오전 서울 송파구청 상황실에서 구청 직원들이 보건 당국이 발표한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를 점검하고 있다. 당국은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전날보다 22만여 명 폭증한 62만1328명, 사망자 수는 역대 최다인 429명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현재 재택 치료자는 192만5759명이다. /이태경 기자

더 큰 고민은 이런 혼란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확진자 증가에 따라 중증 환자 증가, 사망자 증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데, 2~3주 전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는 16만~19만명이었고 지금은 50만명이 넘으니 400명을 넘긴 사망자 수가 2~3주 후엔 1000명까지 폭증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실정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이 17일 “해외 사례와 국내 수학적 모델링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은 추세가 쭉 진행된 다음에 환자 증가와 함께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앞으로 2만명 넘게 희생될 수 있는데 그나마 2만명 이내로 막으면 다행”이라면서 “집계 과정에서 누락된 코로나 사망자는 그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3월 말부터 4월 초에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진짜 위험한 시기는 2~3주 뒤”라면서 “일선 병원 현장은 지금도 위기이지만 앞으로 2~3주 뒤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의 코로나 유행 추이는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설명도 했다.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하던 영국조차 정점을 지나는 시점에선 방역을 강화했지만, 우리나라는 유행이 본격화한 시점에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패스 해제 등 고삐를 죄어야 할 방역 정책을 두 차례나 풀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는 “방역 완화와 함께 병의원들이 코로나 환자를 거부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향후 정부의 계획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같은 환자 발생 수준에서는 모든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영유아의 경우에도 이게 더 넓어져야 된다”면서 “다만, 의료적인 대책은 중수본과 함께 의논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무대책이라는 걸 자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