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가 쏟아지면서 화장장이 부족해지자 예약이 밀리고 장례 현장에서는 안치 공간이 꽉 차 애를 먹고 있다. 3일장을 끝낸 유족들이 화장 전까지 시신을 1~3일간 추가로 안치실에 보관하는데 적체가 이어지는 것이다. 시신 보관용 냉장고가 모자라 시신을 모신 관을 실온에 내놓고, 유족들은 시신을 보관할 수 있는 장례식장을 찾아 수십통씩 전화를 돌리고 있다.
지난 10일 경기도 한 장례식장에선 만 하루 동안 입관을 끝낸 시신 한 구를 냉장고 밖에 놔둬야 했다. 안치실 보관용 냉장고는 9구를 보관할 수 있는데 화장터 예약이 어려워지면서 3일장을 끝내고도 화장을 못 한 시신이 3구나 됐기 때문이다. 이곳 관계자는 “장례식장마다 안치실 자리가 부족해 난리”라며 “빈소가 비더라도 안치실이 차 있으면 새 손님도 받을 수 없어 난감하다”고 했다.
안치실이 꽉 찬 장례식장이 늘다 보니 시신 안치와 장례를 서로 다른 곳에서 하기도 한다. 지난 16일 인천에서 사망한 정모(68)씨 시신은 하루 동안 빈소가 차려진 장례식장에서 6㎞ 떨어진 다른 병원 안치실로 옮겨졌다. 장례지도사인 이종우 을지대병원장례식장 사무장은 “안치와 장례를 같은 장례식장에서 하기 위해 여유가 있는 지방으로 ‘원정 화장’ ‘원정 장례’를 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달 초 서울에서 사망한 코로나 환자 A씨는 숨진 뒤 하루 지난 뒤에야 ‘국가재난대비 지정 장례식장’ 한 곳에 안치될 수 있었다. 인근 장례식장에는 여유 공간이 없었던 데다 코로나 사망자라고 꺼리는 분위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성모병원엔 최근 “빈소 마련이나 시신 안치가 가능하냐”는 문의 전화가 매일 6~7통씩 쏟아진다. 박일도 한국장례협회장은 “화장장 가동 시간을 늘렸다고 하지만 그만큼 사망자가 더 늘고 있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지역의 화장터에선 다른 지역 시신의 화장을 받아주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국가적 재난 상황인 만큼 실효성 있는 대책을 빨리 만들어 고인의 존엄성을 지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더 큰 고민은 이런 혼란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확진자 증가에 따라 중증 환자 증가, 사망자 증가가 2~3주 시차를 두고 벌어지는데, 2~3주 전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는 16만~19만명이었고 지금은 50만명이 넘으니 400명을 넘긴 사망자 수가 2~3주 후엔 1000명까지 폭증한다 해도 이상할 게 없는 실정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이 17일 “해외 사례와 국내 수학적 모델링을 감안하면 현재와 같은 추세가 쭉 진행된 다음에 환자 증가와 함께 사망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앞으로 2만명 넘게 희생될 수 있는데 그나마 2만명 이내로 막으면 다행”이라면서 “집계 과정에서 누락된 코로나 사망자는 그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3월 말부터 4월 초에 사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진짜 위험한 시기는 2~3주 뒤”라면서 “일선 병원 현장은 지금도 위기이지만 앞으로 2~3주 뒤가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의 코로나 유행 추이는 우리나라와 다르다는 설명도 했다.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발생하던 영국조차 정점을 지나는 시점에선 방역을 강화했지만, 우리나라는 유행이 본격화한 시점에 사회적 거리 두기, 방역 패스 해제 등 고삐를 죄어야 할 방역 정책을 두 차례나 풀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에서는 “방역 완화와 함께 병의원들이 코로나 환자를 거부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도록 하는 개선이 필요할 것 같은데 이에 대해서 향후 정부의 계획이 있다면 설명해 달라”는 질문이 나오자 “지금 같은 환자 발생 수준에서는 모든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고, 영유아의 경우에도 이게 더 넓어져야 된다”면서 “다만, 의료적인 대책은 중수본과 함께 의논해서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무대책이라는 걸 자인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