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16일 이틀간 100만명 이상 확진되고 600명 가까이 사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거리 두기 완화를 추진하자 “과연 지금이 적절한 시점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한국 등 서태평양 지역의 급속한 오미크론 확산 사태와 관련해 “섣부르게 방역 조치를 풀면 안 된다”고 권고했다.

17일 오후 영업 시작을 앞둔 서울 종로구의 한 주점에 야외테이블이 놓여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는 가운데 방역당국은 21일부터 적용할 새로운 거리두기 조정안을 18일 확정할 계획이다./연합뉴스

정부는 국내에서 오미크론이 정점을 향해 가는 가운데 지난 16일부터 일상회복지원위원회와 각 지자체 등으로부터 거리 두기 완화와 관련해 의견을 모았다. 당초 정부 안팎에서는 현행 ‘사적 모임 6명, 영업시간 오후 11시까지’ 거리 두기를 ‘8명, 밤 12시’로 소폭 완화하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다시 “영업시간은 오후 11시까지 그대로 두고 모임 인원만 6명에서 8명으로 늘릴 수 있다”는 말이 전해졌다. 최종안은 18일 중대본 회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다.

일상회복위에 참여한 방역 전문가들은 “방역 완화 운운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자영업자 등이 “거리 두기 규제를 통한 방역은 효력을 다했다”며 ‘완전 해제’ 등을 요구하자 정부가 방향을 선회한 것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대선 전 거리 두기 완화를 약속한 정부가 조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지난 4일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로 1시간 늘리는 조치를 발표하면서 “다음 번 거리 두기 조정부터는 본격적으로 완화 조치를 검토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유행의 정점을 확인하기에 앞서 거리 두기 완화를 추진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는 2020년 5월부터 22개월간 총 48차례의 거리 두기 조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번번이 판단 착오로 확산세를 키우곤 했다. 한 감염병 전문가는 “정부가 자영업자들에게 빚이 있더라도 지금이 방역 완화 적기인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마리아 밴커코브 WHO 기술팀장은 16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에서 서태평양과 유럽 등 일부 확산세와 관련, “많은 국가가 코로나 규제를 대부분 해제하는 동시에 백신 접근·접종이 고르지 못한 탓에 바이러스가 다시 확산한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