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000만명을 넘어선 23일 오전 서울 송파구 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신속항원검사 키트를 준비하고 있다. 2022.03.23./뉴시스

오는 25일부터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도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으면 재택치료 일반관리군으로 분류된다. 지금까지는 60세 이상과 암, 장기 이식, 면역 질환 등으로 치료 중인 면역저하자는 양성이 나오면 무조건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돼 보건소가 지정해주는 전담 병원 의사가 하루 2회 전화해 상담하고 증상 모니터링과 약 처방을 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일반관리군처럼 본인이 의료기관에 전화해 비대면 진료와 처방을 받으라는 것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정부가 사실상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를 포기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23일 이런 내용의 방안을 발표하면서 “기존에 집중관리군으로 분류됐던 60세 이상 또는 면역저하자가 검사를 받은 뒤 일반관리군 체계인 병·의원에서 진료나 처방을 받고 싶어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60세 이상 확진자의 일반관리군 전환은 병원에서 전문가 신속항원검사(RAT)를 받은 경우에만 해당하고, PCR(유전자증폭) 검사로 확진 판정을 받으면 여전히 집중관리군으로 남게 된다. 정부는 또 “60세 이상·면역저하자가 원할 경우엔 보건소에 연락해 집중관리군으로 다시 전환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했다. 정부는 보건소의 전담 병원 배정 단계를 거치지 않는 만큼 고위험군의 조기 진단, 처방이 가능해 중증화로 인한 사망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그간 60세 이상, 50대 기저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을 집중관리군으로 분류하고 이들에게만 건강 모니터링을 제공하는 재택치료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 16일 50대 기저질환자를 일반관리군으로 변경했다. “50세 이상 치명률이 거의 0%에 가깝다는 점을 감안해 집중관리군을 60세 이상으로 집중한다”는 이유였다. 23일 0시 기준 재택치료자는 182만7031명으로, 그중 집중관리군은 전체의 15%인 27만1851명, 나머지 155만5180명은 일반관리군이다.

종합감기약 품절 사태 - 23일 서울의 한 약국에서 약사가 종합감기약이 다 팔린 후 텅 빈 선반을 가리키고 있다. 코로나 환자가 급증하면서 약국마다‘코로나 상비약’인 해열제·종합감기약 품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뉴스1

이날 조치에 대해 사실상 정부가 주도해온 방역이 불가능해지자 그나마 마지막까지 쥐고 있던 60세 이상·면역저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마저 손을 놓아버리는 ‘방역 포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내세웠던 K방역의 근간은 검사(test), 추적(trace), 치료(treat)로 구성된 소위 3T 전략인데 방역 당국이 진단 방식을 정확도가 높지 않은 ‘신속항원검사 우선’으로 바꾸면서 검사는 이미 풀었고, 밀접 접촉자 검사를 포기하고 고위험군·고령층만 PCR 검사를 받도록 조치하면서 추적도 손 뗀 지 오래”라며 “의료기관이 주도해야 할 치료마저 개인에게 ‘셀프 치료’로 떠넘겼는데 이게 방역 포기 아니고 뭔가”라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지금도 각자도생인데 이제부턴 고위험군까지 각자도생에 내몰리게 됐다”며 “어떤 과학적 증거를 갖고 이런 방안을 해결책이라고 내미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집중관리군은 코로나에 감염되면 갑자기 확 나빠지는 경우가 많은데 초기엔 증상이 나빠져도 애매모호해 환자와 보호자가 알아채기 힘들다. 천 교수는 “집중관리군 관리가 일반관리에 비해 나은 유일한 점은 비대면 전화상담일지라도 의료진이 하루 두 번씩 고위험군 환자의 증상을 모니터링해 위험한 순간을 빨리 잡아내는 것”이라며 “고위험군을 일반관리로 전환하면 그 같은 장점은 사라지고, 먹는 코로나 치료제인 팍스로비드 처방 또한 환자가 스스로 알아서 병·의원에 전화해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된다”고 했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도 “결국 ‘관치 방역’이 문제”라며 “공무원들 행정편의주의에서 나온 탁상행정일 뿐 국민 입장에선 일반관리군으로 전환돼봤자 좋을 게 없다”고 했다.

김우주 교수는 “평소 다니던 병·의원에서 바로 약을 처방받을 수 있기 때문에 팍스로비드 처방이 한결 수월해질 거라는 정부 설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팍스로비드가 전국 의료기관에 충분히 구비돼 있어야 하는데 22일 기준 재고량은 6만1000여 명분에 불과하다. 24일 예정대로 4만3900여 명분이 추가 도입된다 하더라도 현재 집중관리군 규모의 3분의 1 수준이다. 60세 이상과 면역저하자가 동네 병·의원에서만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한 현행 재택치료 체계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천은미 교수는 “집중관리군을 일반관리로 전환하려면 독감이나 후두염처럼 어느 병원에서든 진료받고 팍스로비드도 처방받을 수 있게 시스템부터 바꿔야 하는데 체계는 그대로 두고 고위험군만 사실상 방치로 풀어버린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