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코로나 사망자가 급증해 전국 화장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현행 정부의 장례 관리 지침상 매장도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부터 코로나 사망자는 화장(火葬)이 원칙이었지만 방역 당국은 지난 1월 장례 지침을 바꿔 매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이 같은 사실을 두 달 동안 국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이로 인해 매장을 원하는 유족들도 화장장을 찾아 전국을 헤매야 했다. 이 과정에서 화장장 부족 사태는 한층 심각해졌다. 방역 당국이 바뀐 장례 지침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으면서 화장장 대란을 부추기고 국민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매장이 가능해졌다는 사실은 25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의 브리핑 과정에서 알려졌다. “유족의 선택에 따라 코로나 사망자도 매장을 할 수 있느냐”는 기자단 질문에 방역 당국은 “예전과 달리 개정된 코로나 장례 지침에서는 매장을 선택할 수 있게 해 두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은 1월 27일 ‘코로나 사망자 장례 관리 지침’을 개정하고 ‘코로나 사망자는 화장이 원칙’이라는 문구를 ‘유족의 뜻을 존중해 장례 지원을 실시한다’고 바꿨다. 또 질병청은 개정판 지침의 질의응답에서 “코로나 사망자를 꼭 화장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효과적인 감염 예방 조치가 취해질 수 있다면 장례 방식과 절차는 유족의 선택을 존중하고 있다”고 했다.
질병청이 코로나 사망자 장례 지침을 개정하기로 한 것은 지난해 12월부터다. 시신과 접촉하면 코로나 감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 ‘선(先)화장, 후(後)장례’로 규정된 사망자 장례 절차가 유족들에게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사망자의 존엄을 유지하고 유족의 애도를 보장하겠다”면서 1월 27일 장례 이후 화장이 가능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지침에 유족이 원하면 매장뿐 아니라 자연장도 가능하다는 내용을 함께 집어넣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이러한 사실을 보도 자료나 언론 브리핑 등을 통해 알리지 않았다. 국민들이 코로나 사망자는 무조건 화장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역 당국은 “안내가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현행 법령 등에는 1급 감염병 사망자는 화장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며 “하위 법령인 질병청 지침을 통해 ‘코로나 사망자의 시신은 매장도 가능하다’는 것을 적극 알리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 사망자를 반드시 화장하도록 한 기존 장례 지침이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는 주로 비말(飛沫)을 통해 전파되는데, 죽은 사람은 호흡을 하지 않기 때문에 비말을 통한 감염이 거의 없다” “정부가 과학적인 장례 지침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 유행 초창기인 2020년 3월 세계보건기구(WHO)는 ‘시신으로부터 코로나 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며 시신을 매장해도 상관없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시 “코로나 감염 여부는 매장과 화장 선택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아야 한다”며 시신 화장 여부 등을 선택에 맡겼다.
다만 장례 현장에서 실제로 매장이 활발히 이루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우선 코로나 사망자 시신을 나일론 시신백에 수습하도록 한 장례 지침은 그대로다. 사망자의 체액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상재 대한장례지도사협회 회장은 “코로나 사망자를 시신백에 넣고 비닐로 싼 뒤 밀봉해 땅에 묻을 경우 100년이 가도 안 썩을 것”이라며 “원칙적으로 매장을 하면 안 되는 것인데, 방역 당국이 안 되는 걸 하라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코로나 사망자를 화장해야만 정부가 1000만원의 장례 지원비를 주도록 하는 방침도 종전 그대로이기 때문에 매장을 선택할 유족이 예상보다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