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소재 A 장례식장은 최근 대형 고깃집에서 주로 쓰는 ‘정육용 냉동창고’ 임차 계약을 맺었다. 시신 보관용 냉장고로 쓰기 위해서다. 원래 영안실에 시신 보관용 냉장고가 4칸 있지만, 이달 초 이후엔 사망자가 밀려들면서 빈칸이 나지 않자 궁여지책으로 정육 냉동고를 빌렸다. 이 냉동 창고는 장례식장에서 떨어져 있어 입관을 마치고 시신을 차에 실어 옮기면 유족들은 어떤 냉동고에 들어가는지 모른다. 그저 ‘영안실이 꽉 차 외부에 시신을 모신다’는 정도만 안다. 장례식장도 그 장소가 ‘정육용 창고’란 사실까지는 차마 알리지 않는다.
다른 지역 B 장례식장은 빈소에 별도 선반을 만들어 시신을 안치하고 있다. 장례를 문의하는 유족들에게 “이미 안치실이 꽉 찼다”고 안내하지만, 달리 시신을 보관할 방법이 없는 유족들이 “그래도 장례를 치르게 해달라”고 하는 통에 변칙을 쓰고 있다. 이 장례식장 담당자는 “시신용 냉장고 한 칸에 시신 2~3구를 겹쳐 안치하는 장례식장도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 사망자가 급증하면서 화장장·장례식장이 북새통을 이루고 시신 보관용 냉동 창고 포화 상태가 이어지자 신선식품 배송용 냉동탑차나 정육용 냉동창고를 동원하는 등 묘안이 속출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번 코로나 대확산 초입이던 작년 12월 국내 총사망자 수는 3만1634명. 2020년 이전 5년 평균(2만6464명)보다 5170여 명이 더 세상을 떠났다. 작년 12월 코로나 사망자는 1967여 명이었는데, 확진자 급증에 따른 병상 부족 등 여파로 3000여 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3월 들어선 일 코로나 사망자 수가 작년 12월 3배 수준으로 늘면서 장례식장마다 과부하를 호소하는 실정이다. 장례식장들은 보통 빈소 숫자 1.5~2배 수준의 시신 보관용 냉장고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사망에서 화장에 이르기까지 기간이 최근 기본 5~6일로 늘어나면서 수용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
시신을 상온에 보관하다가 처벌을 받는 곳도 있다. 경기 고양시 C 장례식장은 시신 보관용 냉장고 6대가 꽉 차자, 내부 온도가 10도 넘는 장소에 시신 13구를 보관하다가 지난 29일 당국에 적발됐다. 장례식장이 시신을 4도가 넘는 공간에 보관하는 것은 불법이다. 장례업계 관계자는 “요즘 정도 날씨라면, 상온에서도 이틀째부턴 시신 부패가 시작될 것”이라며 “냉장고에서도 열흘 이상 보관은 쉽지 않다”고 했다.
급한 대로 신선식품용 냉동탑차나 정육용 창고 등을 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시신을 부패 상태로 방치하는 것보다는 그나마 고인에 대한 예의를 갖추는 방법이라고 생각해 임시 안치실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우선 정부는 코로나 사망자 장례 지침에서 ‘화장 원칙’을 폐기, 매장도 가능하도록 바꿨다. 그러나 코로나 사망자는 매장 시 체액이나 분비물 누출 방지를 위해 플라스틱 이상으로 견고한 시신백에 수습하도록 규정을 남겼다. 현장에서는 보통 나일론 비닐백을 쓰는데 이러면 시신이 땅속에서 자연 분해되는 데 지장이 있다. 코로나 사망자에게는 장례 지원비를 1인당 1000만원을 지급하지만 ‘화장 증빙’을 요구한다.
지난 27일엔 장례식장 등에 ‘냉장 안치 공간 추가 확보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늦었다는 지적이다. 시신 안치 냉장고 제조업체 이종필 부성냉동산업 대표이사는 “보통 장례식장 개업 때, 혹은 대형 참사가 벌어졌을 때나 주문이 들어오는데, 요즘은 매일 1~2건씩 추가 주문이 들어와 생산 능력이 따라가질 못한다”고 했다.
결국은 화장로(爐) 가동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화장로(爐) 1기당 1일 가동 횟수를 늘리면 인센티브를 준다. 하지만 1일 7회를 초과한 추가 가동시엔 7회 인센티브와 동일하다. 이상재 대한장례인협회 회장은 “화장로를 24시간 가동할 인력 확보 비용을 보전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