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국무총리가 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중대본)를 주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1일 “우리나라는 엔데믹(endemic⋅풍토병)으로 전환하는 세계 첫 번째 국가가 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엔데믹’을 놓고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달 30일 “한국이 세계 최초로 코로나 엔데믹으로 이행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WSJ는 “한국은 영·미의 정점기보다 3배나 많은 인구 대비 확진자가 나오고 있지만, 방역 조치를 해제하고 있다”면서 “바이러스 확산을 통제하지 못하기 때문에 빚어진 불가피한 조치라기보다 기존과 완전히 다른 전략을 채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날 “우리가 엔데믹이라고 규정한들 새로운 변이가 한바탕 휩쓸고 지나가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엔데믹은 적어도 유행의 예측이 가능해야 하고, 일상적인 의료시스템 안에서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행의 예측이 가능하려면 특정 계절에 유행해야 하고, 유행 규모가 사회·의료시스템 내에서 감당 가능해야 하고, 백신·치료제로 고위험군 보호가 가능해야 하고, 중환자 의료체계가 버틸 수 있어야 한다”며 “엔데믹이 되지 않은 바이러스를 엔데믹 상황처럼 관리하려면 사회의 여러 영역들이 대가를 치르고 준비를 해야 한다”고 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대면 진료와 치료제 선구매가 가능해지는 등 일반 독감 치료와 유사한 형태 체계적 시스템이 갖춰져야 비로소 ‘엔데믹’으로 갈 수 있는 준비가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과학 분야 논문 공유 웹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도 지난달 30일 같은 취지 글이 실렸다. ‘엔데믹화는 승리가 아니다. 만연한 코로나바이러스 전파로 인한 완화되지 않은 위험일 뿐’이란 제목이었다. 많은 국가가 코로나 확산을 용인하면서 (동시에) 백신을 사용해 사망률을 낮추는 전략을 펴 왔지만, 엔데믹화된 상황에서 전염이 만연해 치사율이 조금이라도 증가하는 경우 이는 지속불가능한 사망률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엔데믹화 선언 의미를 위험이 사라지거나 감소해서 얻은 결과로 오인하지 않아야 한다” “엔데믹화는 감염이 너무 퍼져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으로, 코로나에 대한 승리가 아니라 패배”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도 “엔데믹은 무해한 게 아니다”라는 글이 실렸다. “엔데믹은 팬데믹의 끝이 아니며, 광범위하고 치명적일 수 있다. 더 위험할 수 있는 변이가 출현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무차별 확산을 막는 게 방역 당국 임무”라는 내용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