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당국이 영업시간 제한 등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사실상 해제하는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야외 마스크 착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는 “야외에서 코로나 감염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며 마스크 착용 의무 전면 해제를 지지하는 입장이지만, “국민들에게 ‘코로나가 끝났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당초 정부는 15일 사회적 거리 두기 해제를 포함한 ‘포스트 오미크론 대응 체계’를 발표하면서 ‘야외 마스크 착용’ 지침을 푸는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대통령직인수위에서 “성급하다”고 반대하면서 제동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도 공원·길거리 등 야외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를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한적한 공원을 산책하거나 홀로 등산할 때처럼 다른 사람과 일정한 거리(2m)를 둘 수 있는 상황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야구장, 축구장, 놀이공원, 전통 시장, 집회·시위 등 여러 사람이 빽빽이 모인 실외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돼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외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 마상혁 경남도의사회 감염병대책위원장은 “코로나는 비말 감염이기 때문에 공기 확산이 자유로운 야외에서는 실제 감염이 거의 되지 않는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 우리는 식당·술집 등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벗고 대화하고, 공원·산에서는 마스크를 꼭꼭 쓰고 다니는 모순된 상황”이라며 “사실상 기존 방역 조치가 대부분 해제된 상황에서 행정 편의성에 기댄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하루 확진자가 여전히 10만~20만명대 규모로 쏟아지는 상황에서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 착용 의무를 풀더라도 언제든 상황이 나빠지면 다시 쓸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놔야 한다”고 했다.
한편 스텔스 오미크론이 확산 중인 미국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적용하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오는 5월 3일까지 재연장하기로 했다. 미국은 지난 1월 중순 오미크론 유행으로 주간 하루 평균 확진자가 79만명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뒤 확진자가 급격히 감소했다가 지난주부터 다시 반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워싱턴DC 등 대도시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다시 도입하는 등 방역 조치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등 대다수 해외 국가에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여부를 검토할 뿐, 야외에서 마스크 착용은 시행하고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