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 가래, 수면 장애, 우울감, 소화 불량, 시력 저하, 탈모…. 국내 최대 규모 ‘코로나 후유증 클리닉’을 운영하는 경기 고양 명지병원이 최근 3주간 클리닉을 다녀간 환자 1000여 명을 분석한 결과 나타난 증상들이다.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1일까지 내원한 1077명 환자가 조사 대상이다.

15일 국내 누적 코로나 확진자가 1600만명을 넘어섰다. 이 중 10~30%, 최대 500만명 가까이 ‘코로나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국내외 연구 결과 종합)되면서 코로나 후유증, 이른바 ‘롱 코비드(Long Covid)’에 대한 관심과 체계적인 치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명지병원 환자들을 통해 분석한 롱 코비드 양상을 정리했다.

그래픽=송윤혜

Q. 진단 결과 어떤 증상이 많았나

“가장 많은 건 ‘기침’이었다. 기침은 전체 증상 진단 2696건 중 826건(31%)을 차지했다. 전신쇠약은 349건(13%), 기관지염과 호흡 이상은 각각 256건(9%), 식도염도 212건(8%)이나 됐다. 이외에도 위염, 가래 이상, 비염, 코감기, 갑상선 장애, 두통, 가슴 통증, 폐렴, 피로 증후군 등 다양한 증상이 포착됐다.”

Q. 내원 환자들은 어떤 증상을 주로 호소했나

“10가지 범주로 분류하자면 심폐 이상(기침·가래·숨가쁨 등)과 신경 증상(두통·어지럼·저림 등), 신체 이상(기력 저하·체중 감소·피로), 심리 문제(우울감·불안·멍함 등)가 전체 중 70%를 차지했고, 다음으로는 소화기(속쓰림·소화불량·설사 등), 이비인후(후각·미각 저하), 눈(각결막염·시력저하), 피부(탈모·피부발진), 비뇨(성기능 저하·소변 이상) 문제에서 부인 증상(생리불순·비정상질출혈) 등의 불편을 겪는다고 답했다.”

Q. 환자들은 보통 몇 군데나 아파했나

“2개 이상 복수 후유증을 호소하는 환자가 80%에 달했고, 10가지 후유증 범주에서 5개 이상 문제가 느껴진다고 답한 환자도 30%를 넘었다.”

Q. 성별과 연령대별로 어떻게 다른가

“남성은 382명, 여성은 695명으로 여성이 1.8배 많았다. 이 중 60대는 290명으로 27%, 뒤이어 50대(217명·20%), 40대(198명·18%)가 많았다. 10대는 10명(1%), 20대는 98명(9%)에 불과했다.”

Q. 격리 해제 후 얼마나 있다가 병원을 찾아오나

“조사 대상 중 격리 해제 후 한 달(30일) 이내 병원을 찾았던 환자가 86%였다. 그중 10일 이내 내원한 환자가 42%였다. 대부분 격리 해제 후 한 달 내에 후유증을 호소한다는 얘기다. 한 달 지나서 내원한 환자는 14%였다.”

Q. 치료는 어떻게 하나

“후유증 클리닉에 오면 일단 문진표를 작성한 다음 심장, 폐, 간기능, 신기능, 염증 수치 같은 기본적인 검사가 이뤄진다. 이후 각 전문과 관리가 필요해 보이는 소견이 관찰되면 협진을 의뢰한다. 협진은 총 178건 있었다. 이 중 이비인후과와 심장내과는 34건, 정신건강의학과와 호흡기내과는 21건, 안과와 신경과, 소화기내과는 11~12건 등이었다. 검사에서 큰 이상 소견이 없다면, 후유증 증상 개선을 위해 염증 해소제, 해열제, 소화 개선제 등 약물 치료 등에 들어 간다.”

Q. 롱 코비드 치료에 건강보험 적용이 되나

“혈액 검사·폐 기능 검사 등 검사 과정과 경구용 치료제 등은 건강보험에서 감당해주지만 구체적인 치료는 종류에 따라 다르다. 피로 해소를 위한 영양수액 같은 건 환자가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환자마다 겪는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검사나 처방 등도 모두 달라 진료 비용이 얼마나 나올지 특정하긴 어렵다.”

박희열 명지병원 후유증 클리닉 교수는 “현재 병원에서 가장 심각하게 보고 있는 코로나 후유증은 폐섬유증 등 호흡기계 합병증”이라며 “코로나에 감염되면 대부분 3~4일 정도 악화의 과정을 거쳤다가 증상이 호전되는데, 조직 손상이 심했던 이들은 회복 과정에서 정상 호흡기 세포가 아닌 섬유화된 세포로 대체된다. 이는 폐섬유증을 의미하며 폐 기능 저하를 유발하여 장기간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이 전 단계에서 증상을 미리 잡아내고 예방적 치료를 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명지병원 클리닉 내원 환자 중 폐렴이 나타난 경우는 1%(21명)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