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거리 두기가 해제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마침내 국민께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게 됐다”며 “감개무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거리 두기 해제로 이동량이 증가하고 최근 신종 변이 바이러스가 속속 발견되고 있어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주 국내 코로나 확진자 수는 전주보다 30%가량 줄었다. 4주 연속 감소세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선 한 달 넘게 전 세계 일 확진자 중 20% 안팎, 사망자 중 10% 안팎이 나오고 있다. 안심하긴 이르다는 얘기다.
◇인구 대비 확진자 사실상 세계 1위
지난주(4월 10~16일) 일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14만9099명이었다. 지난달 넷째 주(35만1275명) 이후 감소세를 이어갔다. 18일 확진자는 11만8504명이었다. 정점은 지난 것으로 분석되지만 전 세계와 비교하면 유행 규모가 크다.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한 주 인구 100만명당 일평균 신규 확진자는 2586.4명. 쿡제도를 제외하면 세계 1위다. 미국(96.9명), 영국(505.7명), 일본(376.3명), 싱가포르(584.1명) 등보다 훨씬 많다.
우리 하루 확진자는 지난 3월 초순부터 전 세계 확진자 중 꾸준히 20%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4월 셋째 주에는 22.2%까지 치솟았다. 사망자 역시 감소 추세이긴 하지만 전 세계 사망자 중 우리가 차지하는 비율도 3월 셋째 주 5.1%에서 4월 셋째 주 10.8%로 증가했다.
불안한 지표 중 하나는 이동량이다. 이동량이 늘고 접촉이 많아지면 일정 기간 후 확진자가 증가하곤 했는데, 지난 12일 식당·카페·쇼핑몰·영화관 등 국내 소매·여가 시설 방문자 수는 코로나 이전(2020년 1월)과 비교해 -0.14% 수준이었다. 지난달 19일에는 -16.85%였는데 이동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쌍봉형 정점’ 없었지만 새 변이 발견
오미크론 변이보다 전파력 높은 스텔스 오미크론(BA.2) 유행 우려는 다소 잦아든 상황이다. BA.2 검출률이 지난주 91.5%에 달했지만 확진자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오미크론 유행에 이어 스텔스 오미크론 확산으로 확진자 규모가 낙타 등 모양, 즉 ‘쌍봉형’을 이뤘지만 우리는 양상이 다르다. 이상원 중앙방역대책본부 역학조사분석단장은 “외국에서는 오미크론 유행 후 스텔스가 나타났지만 우리는 함께 유행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방역 당국은 “시간이 지날수록 면역력이 감소하고 새로운 변이가 출현하면 늦가을 무렵 새 유행이 찾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오미크론 재조합 변이 XL에 이어 XE(2건)와 XM(1건) 감염 사례가 국내에서 새로 확인된 것도 불안 요소다. XE 1건은 영국에서 유입됐지만 다른 2건은 국내 지역 감염이었다. 해당 변이가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XE 변이는 기존 오미크론과 스텔스 오미크론 유전자가 재조합된 것으로 스텔스보다 감염 증가 속도가 10% 빠른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보건안전청은 지난 8일 자국에서만 1179건 XE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와 구분되는 특이 증상은 없었다고 한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5월 23일부터는 격리 의무도 사라지게 되는데, 이런 조치들은 ‘법적 의무’가 사라진다는 것이지 확진자 전파 가능성 자체가 사라진다는 건 아니다”라며 “감염 취약 계층이 모여 있는 의료기관에선 확진자 격리를 시행하는 등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