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감염병 2급으로 하향 조정한다는 건 한마디로 국가가 손을 떼고 ‘국민 스스로 알아서(Do-It-Yourself)’ 대처하라는 뜻이다. 고령자 백신 접종 효과가 반감되고 변이 바이러스가 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런 식으로 하다간 1~2개월 내 감염이 재확산할 수 있다.”(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최근 정부가 코로나 방역 해제 조치들을 잇달아 단행한 데 대해 경고를 보내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감염병 등급을 다시 1급으로 올리고 속도 조절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일부 특위 위원은 “격리 의무가 사라지면 사람들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지닌 채 돌아다니면서 엄청난 확산이 이뤄진다”면서 “이게 잠잠한 불쏘시개처럼 있다가 가을에 면역력이 거의 떨어진 다음에 걷잡을 수 없이 번진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25일부터 일단 코로나 감염병 등급을 내리고 4주간 ‘이행기’를 거쳐 다음 달 23일부터는 격리 의무(7일) 등 관련 제한도 폐지하기로 했다. 인수위는 현 정부가 임기를 보름 남겨둔 시점부터 ‘이행기’를 두면서까지 등급부터 내리기로 하고 고시 개정 절차를 진행한 것은 문제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수 감염병 전문가들도 “현 정부가 감염병 등급 하향 등에서 너무 서둘렀다”며 “과학에 기반한 방역 해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상황을 보고 한 달 후 규제를 해제할 거면 굳이 지금 미리부터 예고해 방역 긴장감을 흐트러뜨릴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검사를 받지 않거나 못 받는 감염자가 지역사회에서 계속 발생하고 있으면 중환자가 줄어들지 않고 사망자도 일정한 수준으로 계속 나오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김우주 교수는 ”WHO(세계보건기구)가 감염병 종식을 선언한 것도 아닌데 정부가 성급하게 방역 조치들을 해제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인구 100만명당 일평균 감염자(지난 23일 기준)는 1641명으로 호주(1667명), 뉴질랜드(1655명) 등과 거의 비슷한 1위권이며, 사망자 수도 몇몇 국가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 한 주간 일평균 국내 코로나 확진자는 8만4205명, 사망자는 148명, 산소 주입 치료를 받는 위중증 환자는 805명이다.
코로나의 감염병 등급이 1급에서 2급으로 내려가면 병·의원에서 확진자가 나왔을 때 즉시 신고 의무가 24시간 내 신고하면 되는 것으로 완화되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이행기가 끝날 때까지 바뀌는 게 없다. 일부 전문가는 “현 정부가 서둘러 등급을 낮춘 것은 임기 안에 코로나 위기를 극복했다고 자화자찬하기 위해서”라며 “격리 의무 해제 시점을 차기 정부 출범 이후인 다음 달 23일로 잡은 것은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도 했다.
아무 조건 없이 단번에 7일 격리 의무를 해제하면 더 이른 시일 안에 코로나가 재반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인수위 안팎에서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방역 당국에 따르면, 최근까지 그리스·네덜란드·스위스·이스라엘 등은 5일, 호주·뉴질랜드·아일랜드·이탈리아·싱가포르 등은 7일 격리 의무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프랑스·캐나다 등 주요국들도 5~7일 격리가 권고 사항이다. 격리 의무 해제 말고도 해외에서는 우리처럼 방역 완화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 뉴욕시 등 미국 전역에서는 CDC(질병통제예방센터)의 지침에 따라 최근 1주일간 감염자 수, 입원자 수, 병상 포화도 수치와 연동하는 방식으로 위기 대응 수준을 3~4단계로 유연하게 운영 중이다. 예컨대 도시의 인구 10만명당 주간 코로나 감염자가 200명, 입원자가 10명을 각각 넘기면 ‘위험(high)’ 경보가 발령돼 마스크 착용과 실내 모임 자제 등의 조치를 부활하는 식으로 근거를 갖고 방역 수위를 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