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원격의료에 반대해 온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긍정적 검토’를 시작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코로나 사태 이후 2년 동안 비대면 진료가 진행되면서 반대만 해선 곤란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서울에서 열린 대한의사협회 제74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2022.04.24 이덕훈 기자

의협은 24일 제74차 정기 대의원총회를 열고 원격의료 시행에 대비해 의협이 주도적으로 대책을 마련하자는 안건을 의결했다. 구체적으로 동네 병원 등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추진해야 하며 신경 쓸 게 많은 원격진료의 특성을 고려해 수가는 대면 진료의 1.5배 이상이 돼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그동안 의협은 원격의료가 시행될 경우 대형 병원 유명 의사에게만 환자가 몰려 동네 의원들이 고사할 수 있고 오진에 따른 책임 소재가 모호하다며 도입에 반대해왔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원격의료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는 인식이 퍼지자 의료계에서 이제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의료법상 전화와 화상으로 의사가 환자를 비대면 진료하는 것은 여전히 불법이지만, 정부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2020년 2월부터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해왔다.

의협 측은 “이미 코로나로 2년간 경험해 본 상황에서 의협이 찬성 기조를 갖고 더 적극적으로 원격의료 도입에 개입해야 한다는 의견 등 1년 전에 비해 전향적인 입장이 지배적이었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코로나 진료를 경험해본 뒤 원격의료에 자신감을 얻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다만 의료계에서 앞으로 원격의료 논의가 순조롭게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의협 측은 “원격의료의 활성화가 기본 원칙인 대면 진료를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며 “비대면 진료 시 오진에 따른 의료사고 등도 문제가 될 수 있으니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할 방안도 고민할 것”이라고 했다.

국내 원격의료는 2000년 시범 사업을 시작한 이후 22년 동안 제자리걸음 중이다. 의료법 개정안이 18대 국회 때부터 제출됐지만 번번이 통과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강병원·최혜영 의원이 발의한 동네 의원의 비대면 진료 관련 의료법 개정안도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