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에 사는 김모(29)씨는 요즘 휴지를 달고 다닌다. 묽은 콧물이 줄줄 흐르며 재채기가 끊이지 않는다. 봄만 되면 겪는 고통이다. 김씨는 “꽃가루가 날리는 계절만 되면 두렵다”며 “지난달 코로나 앓고 겨우 지나갔는데, 알레르기 비염까지 오니 하루가 힘들다”고 말했다. 올해는 유난히 눈까지 따갑다고 김씨는 호소한다.
◇꽃가루 알레르기로 전국이 훌쩍
봄에 유독 콧물·재채기·코막힘이 심하다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야 한다. 원인은 다양한데, 봄철에는 꽃가루가 주요 원인이다.
알레르기 질환자는 환경 요인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이달 초에 발표한 성인의 알레르기 질환 및 알레르겐(알레르기 원인물질) 특이 면역글로블린 E(IgE) 양성률 현황에 따르면, 성인의 알레르기 비염 경험률은 2010년 15.8%에서 2020년 18.7%로 올랐다. 특히 여성은 같은 기간 16.2%에서 22.8%로 크게 늘었다. 면역글로블린 E는 진드기나 꽃가루 등 알레르기 원인물질에 노출됐을 때 올라가는 항체 지표로, 면역 과민반응을 나타낸다.
요즘 약국에는 알레르기 비염 약이나 안약을 사려는 젊은이들이 북적인다. 알레르기 질환 경험자는 20~30대가 가장 많다. 여성은 19~29세가 31.6%, 30대가 27.5%로, 열 명 중 세 명이 봄만 되면 훌쩍이고 재채기를 한다.
알레르기 질환은 밤부터 새벽에 증상이 가장 심하고 아침에 일어나면서 머리가 띵하며 더 아픈 듯 느껴지는 것이 특징이다. 찬 공기에 코가 더 막히기도 한다. 권혁수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 교수는 “꽃가루 알레르기는 비염은 물론 결막염과 천식 등을 악화시킬 수 있다”며 “방치하면 수면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오전 운동 피하고, 실외서 마스크 써야
꽃가루는 화창하고 따뜻한 날에 더 많이 날린다. 매년 2~5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건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 수정하는 오리나무·개암나무·자작나무·참나무 등이다. 봄과 여름의 잔디류도 원인이 된다. 꽃가루는 보통 30~50마이크로미터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꽃가루와 같은 알레르겐은 원인 제거가 어렵기 때문에 꽃가루가 많은 시기에는 가능한 한 창문과 문을 닫아 실외 알레르겐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여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면 노출을 줄일 수 있다. 꽃가루는 하루 중 오전 6~10시에 가장 많다. 아침에 하는 조깅이나 운동, 창문 개방은 피하는 게 좋다. 비 온 뒤 2시간 이내 또는 바람이 없는 날 외출하면 알레르겐의 노출을 줄일 수 있다. 귀가 후에는 즉시 손과 얼굴을 씻고, 외출 때 입었던 옷을 갈아입어야 한다.
이상덕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원장은 “꽃가루 알레르기에 의한 비염은 요즘처럼 증상이 심해지는 계절에만 적극적으로 치료해도 생활하기가 수월하다”며 “항히스타민제 약물이나 콧속에 뿌리는 항히스타민제, 심할 경우는 스테로이드제를 단기간 사용하여 치료할 경우 증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만성화되면 중이염이나 축농증 등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기에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고도 했다. 생리식염수 등을 이용한 콧속 세척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는 ‘알레르기 비염 진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비강 내 스테로이드제는 1년 정도 지속적으로 사용해도 안전하다”고 했다. 반면 ‘코막힘을 곧바로 뚫어준다’는 국소 혈관수축제는 일주일 이내로 사용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알레르기 질환 증세가 심하고 수면무호흡증이나 천식 등 다른 호흡기 질환이 동반된다면 코 내시경, X레이, CT 등을 통한 비강 내 점막과 형태 구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알레르기 원인을 찾기 위해 특정 알레르기 물질에 대한 피부 반응 검사를 받아 강하게 반응하는 물질을 파악해 노출을 피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한 방법이다.